| [편집자 주] 온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규제 부담이 겹치며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온투사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금융기술 수출 등을 통해 사업 구조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FETV는 업권 대표 CEO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온투업의 현주소를 짚고 구조적 과제와 향후 방향성을 조명한다. |
[FETV=임종현 기자] "의료인 금융은 단순히 직업 태그 하나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진료과별 수입 구조, 개원 단계, 자금이 필요한 시점 등은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만 의미를 가지는 변수들이다. 연간 단위의 재무 정보뿐 아니라 월 단위 매출과 비용의 변동, 주요 환자군의 특성, 진료 단가 구조 등 보다 세밀한 데이터가 함께 축적돼야 한다."
전지선 모우다 대표는 FE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인 금융은 장기간에 걸친 데이터 축적과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심사 역량이 함께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고 외부에서 그대로 복제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과거 일부 온투업체들이 의료인 대상 대출 상품을 선보인 사례도 있었으나 업종 특성을 심사 모델에 지속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결국 해당 상품을 접었다. 전지선 대표는 "의료인을 집단으로 보면 고소득·고신용자로 인식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개원 여부, 개원 단계와 경력 주기에 따라 리스크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라며 "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접근할 경우 심사와 리스크관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의료인 금융 특화 전략…온투업권서 독보적 위치
전 대표는 온투업에서의 생존과 성장 전략은 규모 경쟁이 아니라 업종 특성과 리스크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모우다는 전문성과 차별성을 원칙으로 지속가능한 구조를 먼저 만드는 전략을 선택해왔다. 의료 금융이라는 명확한 타깃 시장에 집중하면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성장을 설계해 왔다.
현재 온투업권에서 의료인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해 금융상품과 심사 체계를 운영하는 곳은 모우다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다. 대출 상품으로는 청년 봉직의를 위한 청년닥터, 개원 초기 병의원을 겨냥한 MFC, 안정기에 접어든 의원을 대상으로 한 비즈닥터 등이 있다. 대출 고객 구성은 개원의가 약 70%, 봉직의가 30%를 차지한다.

그는 이러한 전략이 의료인 직군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일반화된 심사 체계로는 의료인의 소득 안정성과 직업 구조를 정밀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배경이었다. 이에 따라 의료인 금융의 특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보완하는 접근이 모우다 사업 모델의 출발점이 됐다.
의료인은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금 수요가 발생하는 직군이다. 이 시점은 자산 축적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금융 접근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진료과에 따라 인허가 시점이 지연될 경우 초기 매출 공백과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구조라는 점도 의료인 금융의 주요 특성으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 의료법상 의료인은 영리법인 설립이나 지분 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제한되고 개원 비용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전 대표는 이러한 환경에서 의료인이 자금 부담을 덜고 본연의 전문 영역인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서비스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이 모우다가 의료인 금융이라는 시장에 지속적으로 집중해 온 이유다.
전 대표는 사업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의료인 금융 상품 출시 초기부터 거래해 온 한 병원의 사례를 꼽았다. 그는 "해당 병원이 개원 초기 메르스 여파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출을 통해 자금 공백을 버텨냈다"며 "전문성과 향후 매출 회복 가능성, 자금 흐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을 집행했고 이후 실제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2020년경에는 대출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초기 심사 모형이 실제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인 금융 분야서 '대체 어려운 플랫폼' 될 것
모우다가 축적해 온 의료인 데이터와 심사 기술에 대해 외부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전 대표는 금융기관과 일부 온투업사로부터 데이터 협업이나 사업 제안과 관련한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모우다의 의료인 특화 심사·평가 시스템은 의료인 데이터 축적과 지속적인 고도화 과정을 거쳐 형성돼 높은 진입장벽을 갖췄다는 평가다. 2022년 의사 전용 신용평가시스템 MC-Score를 처음 선보인 이후 지속적인 고도화를 거쳐 현재는 3.0 버전까지 발전시켰다.
MC-Score 3.0은 신용평가사(CB사)로부터 연체 및 부실 예측 성능에 대해 탁월한 평가를 받았다는 게 모우다의 설명이다. 고려대학교 계량경제분석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약 35만 건의 CB사 데이터를 분석해 구축된 이 모델은 변별력과 안정성 면에서 전체 의료인뿐 아니라 중신용 의료인 대상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전 대표는 "데이터를 단순한 자산이나 거래 대상이 아니라 심사와 리스크관리 역량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하기보다는 모우다 자체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우다는 이를 경쟁력의 축으로 삼아 의료인 금융 분야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내부 분석에 따르면 은행권을 제외한 의료인 대상 신용대출 시장은 약 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모우다는 무리한 점유율 확대보다는 강점을 가진 세부 영역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내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해 의료인 금융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부문 취급액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도 외형 성장보다 데이터 기반 심사 역량과 리스크관리 체계를 함께 고도화하는 것을 중요한 전제로 두고 있다.
대출 플랫폼을 넘어 의료인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금융·서비스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이 모우다의 비전이다. 전 대표는 "예비 의료인부터 봉직의사, 개원 안정기에 접어든 의사까지 각 단계에서 필요한 금융과 의료산업 연계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할 것"이라며 "속도보다는 전문성과 방향성을, 규모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