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정부 주도 저탄소 산업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 중 수소환원제철을 선도적으로 연구 중인 포스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로의 장기 전환 계획에 따라 향후 재무적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은 고부가·저탄소 중심의 철강 산업 전환을 골자로 한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로 업황이 구조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국내 철강 산업의 체질 개선을 제도적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법 제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저탄소 철강 기술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방식은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 과정에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고로 공정은 코크스를 연료와 환원제로 사용하면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을 고체 상태에서 환원한 뒤 전기로에서 용해하는 구조로 이론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상업 설비를 안정적으로 가동한 사례는 아직 국내·외적으로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고로처럼 가열을 통해 쇳물을 직접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수소 공급의 안정성, 철의 재산화 방지, 고품질 생산 유지 등 여러 기술적 난제가 존재한다.
글로벌 철강사들 역시 파일럿·실증 등 기술 검증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고로 수준의 생산 규모와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수소환원제철을 가장 적극적으로 연구 중인 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자체 개발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와 관련된 기술을 2030년까지 확보하고 이후 2035년부터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설비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는 연구개발과 시험 단계로 실제 상업 생산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관건은 투자 부담이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로 하나를 신설하거나 대규모 개수하는 데에도 수조원대 자본적지출이 발생한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고로를 대체하기 위해 직접환원 설비와 전기로 수소 생산 및 공급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투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수십조원대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계적 부담 역시 불가피하다. 수소환원제철은 연구개발 비용을 선투입한 뒤 수익 창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구조다. 기술 개발 지연이나 상업화 일정 변동 시 연구개발비와 시험 설비 투자는 자산 손상이나 매몰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적 기대와 달리 감가상각과 손상차손 등 재무적 부담이 장기간 누적될 수 있다.
다만 포스코의 단기 투자 여력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약 7조1700억원 규모의 현금및현금성자산과 약 8조8500억원 수준의 유동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65%로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여기에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 확보에 총사업비 8146억원을 2030년까지 지원하기로 하면서 초기 자금 부담 역시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종합하면 수소환원제철은 포스코의 중장기 탈탄소 전략이자 동시에 가장 큰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중장기 투자 과제다. 정책적으로는 탄소중립 전환의 핵심 기술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완성도와 상업화 시점 까지 많은 투자와 시간 등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장기간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의 경우 실증과 기술 검증이 진행 중인 단계로 대규모 상업 설비의 안정적 가동 사례는 아직 없다”며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현재 언급된 계획도 최소치이며 실제 상용화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