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정부가 4일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고도화를 위한 정책을 확정했다. 공급과잉 품목 중심의 구조조정과 고부가·저탄소 전환을 병행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주요 철강사들은 해외 설비 투자와 고급강 확대 등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일 산업경쟁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범용재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부가 특수강 중심으로 재편하고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철근·봉형강 등 공급과잉 품목은 설비 감축을 유도하고 특수탄소강, 전기강판, 수소환원제철 분야에는 투자를 집중한다.
여기에 정부는 관련 금융지원도 병행한다. 미국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에 57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특수탄소강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2030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LNG선, 해양플랜트 등 극한환경용 고망간 강관, 니켈강, 크롬강 등 10개 특수탄소강 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책의 배경에는 장기화된 공급과잉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인한 업계 수익성 악화가 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수입재 침투율은 21년 26%에서 지난해 31%까지 상승했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의 부진도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 별도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약 5850억원으로 전년 대비로는 증가했지만 업황 악화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2023년(영업이익 7650억원) 3분기 대비 23.4% 감소했다. 현대제철도 2023년(영업이익 2284억원) 3분기 대비 59.2% 감소한 932억원의 영업이익을 3분기에 기록했다. 내수 부진과 건설 경기 침체가 겹치며 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포스코는 해외 고부가 라인 증설과 LNG 인프라용 강재 공급 확대 등 고부가 품목 전환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홀딩스 3분기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는 인도·인도네시아·미국 등 주요 거점에 고급강 생산라인을 확대해 제품과 공급망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현대제철과 공동으로 북미 전기로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번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는 미국 시장에 대해 “성장이 기대되는 고수익 시장이기 때문에 현지 거점과 고급강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EU의 환경 규제 강화에 맞춰 저탄소 생산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원배 현대제철 부사장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하기 위해 배출량 측정·보고 시스템을 조기 구축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MS강과 차세대 차량용 냉연 초고장력강 등 고부가 신제품의 양산과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종합해보면 포스코·현대제철 양사는 고부가 제품 중심의 생산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 기반을 강화하고 저탄소 공정 도입을 병행해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철강산업 고도화 정책을 단순한 감산이 아닌 ‘산업 생태계 전환’으로 규정했다. 저탄소 철강 인증제 도입과 AI 기반 공정 효율화, 철스크랩 산업 육성 등 후속 대책도 병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철강산업이 구조적 위기의 초입 단계에 있다”며 “공급과잉 품목의 조정을 계기로 고부가·저탄소 산업으로 근본적 구조 전환의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목표는 ‘양보다 질’의 전환이다. 포스코는 해외 현지 거점 중심으로 고부가 포트폴리오 확장을 노린다. 현대제철은 규제 리스크에 따른 저탄소화와 고부가 신제품 양산으로 대응하며 생존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정책이 철강산업의 감산기를 넘어 고부가·저탄소 전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