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주역들] 정태영 부회장의 뚝심, 현대카드 테크기업 전환 이끌었다

등록 2025.11.05 13:00:25 수정 2025.11.05 13:01:02

데이터를 금융의 본질로 본 선제적 통찰, AI 플랫폼 수출 성과
금융산업 디지털 혁신 확산 기여, 혁신금융 대통령 표창 수상

[편집자주] 매년 10월 마지막 화요일 열리는 '금융의 날' 행사는 금융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금융권 종사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한 법정기념일이다. 금융산업의 혁신은 제도나 기술이 아닌 사람의 결단과 실행에서 비롯된다. FETV는 금융의 변화를 이끌어온 리더들의 철학과 실행을 따라가며 금융의 경계를 새로 쓰고 있는 얼굴들을 조명한다.

 

[FETV=임종현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데이터 사이언스와 AI 역량을 토대로 테크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독자 기술로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수출까지 이뤄내며 금융산업의 디지털 혁신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정태영 부회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8일 열린 제10회 금융의 날 행사에서 혁신금융 부문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혁신금융은 핀테크·AI·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의 편의성과 접근성, 효율성을 높인 기업이나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0월 금융업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유니버스를 일본 빅3 신용카드사인 SMCC(Sumitomo Mitsui Card Company)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하며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로 평가된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초개인화 AI 플랫폼으로 데이터 사이언스와 AI 역량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Tag)로 개인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을 직접 타겟팅(Targeting)할 수 있고 업종에 상관없이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 적용 가능하다.

 

SMCC는 계약 체결에 앞서 6개월간의 기술 실증(PoC)을 진행했으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현대카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분석·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수상 직후 SNS에 "처음 자동차에서 금융 분야로 옮겨왔을 때 나는 금융인들의 모임에서 항상 구석에 앉아 남들의 말을 듣기만 했다. 더 정확히는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며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러 금융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공로로 대통령상을 받게 됐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뜻"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발언은 지난 20여 년간 현대카드가 걸어온 디지털 혁신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 부회장은 일찍이 금융의 본질이 데이터에 있다고 보고 데이터 사이언스와 AI를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이 같은 철학은 곧 현대카드의 전략으로 구체화됐다.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하고 이듬해 알고리즘 전문 조직을 신설하며 데이터 기반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대카드는 데이터를 무작정 모으는 대신 비즈니스 목적을 명확히 설정한 뒤 그에 부합하는 핵심 데이터를 선별하고 그 안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추출하는 데 집중했다. 이 모든 과정을 AI가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이렇듯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현대카드의 철학은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초기부터 견고하게 유지돼 왔다.

 

정 부회장은 2019년 'IBM THINK 2019' 회장 기조연설에 한국 기업인 최초로 초청돼 현대카드가 준비하고 있는 초개인화(Super-Personalization) 서비스를 처음 공개했다.

 

그는 성별·연령·직업 등 기존 시장 세분화 방식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사이언스에 실패하는 이유는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보유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설은 현대카드가 '데이터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목표를 명확히 한 계기가 됐다. 이후 현대카드는 대규모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를 구축하고 AI·머신러닝·알고리즘 역량을 강화했다. 고객 행동과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태그 체계를 이 시기에 완성했다.

 

현대카드의 업 전환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데이터 설계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본격화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후적 분석 대신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의·연결하는 설계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카드는 데이터의 속성을 분석·정의한 태그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 특성과 마케팅 목적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추천하는 AI 플랫폼 유니버스를 완성했다. 이 플랫폼은 기존 대비 최대 6배 높은 마케팅 효율을 기록하며 현대카드의 초개인화 역량을 입증했다.

 

유니버스는 이후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비즈니스 확장과 함께 빠르게 진화했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의 '데이터 동맹'을 통해 협업 마케팅 건수는 2020년 10건에서 현재 3000건 이상으로 늘었다. 현대카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AI 플랫폼만으로도 경쟁력이 입증되는 금융 테크기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금융사에서 테크기업으로 업을 전환하며 독자 기술로 AI 소프트웨어 개발해 수출한 대한민국 최초의 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경영자의 앞선 통찰력과 10여 년에 걸친 뚝심 있는 투자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테크 기반의 글로벌 확장을 통해 금융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현 기자 jhyun9309@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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