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최근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지분을 대거 매각해 2대주주로 내려왔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플랫폼이었지만, 업계는 두나무가 FIU(금융정보분석원) 제재로 장외거래중개업 인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린 전략적 결정으로 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지난 12일 증권플러스 비상장 법인의 지분 70%(42만1주)를 네이버파이낸셜에 주당 16만3333원, 총 686억원에 매각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로, 이번 거래로 두나무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지분 30%(17만9999주)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남았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국내 최초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으로 2019년 출시돼 2020년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은 242억, 매출은 37억 수준이다. 현재 대표는 샌드박스네트워크와 베인앤컴퍼니 출신인 이영민 대표가 맡고 있고 임직원은 30명 내외다. 현재 국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서울거래비상장과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3개뿐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매각 대금은 업비트 운영 등 기존 사업 강화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약한 매출·인가 추진 시점에 발목 잡은 FIU 제재
앞서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지난 7월 1일 두나무에서 물적분할돼 별도 법인으로 출범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오는 9월 30일부터 시행하는 ‘장외거래중개업’ 제도에 맞춰 인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분할 전에는 두나무의 사업부로 있었지만, 기존 법인 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업과 투자중개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없어 분할이 불가피했다.
문제는 분할 이후에도 당국 제재를 받은 두나무가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최대주주로 남아 있었다는 점이었다. 두나무는 지난 2월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한 사실이 적발돼 FIU로부터 이석우 전 대표와 임직원 9명에 대한 면직 권고, 신규 회원 자산이전 3개월 정지(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두나무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제재 효력은 현재 정지된 상태다. 다만 본안 소송은 진행 중이다.
![두나무가 받은 금융감독당국의 제재현황 [자료 두나무 반기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8/art_17579971640871_57137c.png?iqs=0.7617266034920663)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금융투자업 인가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필수적이다. 자본시장법상 대주주는 건전한 재무 상태와 사회적 신용을 갖춰야 하는데, FIU 제재 이력이 있는 두나무가 최대주주로 남아 있는 상황은 증권플러스 비상장 인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FIU 제재 이력은 금융투자업 인허가 심사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두나무가 매각을 택한 건 사실상 인가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측면에서도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두나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지난해 두나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7315억원에 달했지만,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37억으로 0.2%에 불과했다. 업계에서 “매출 기여도가 낮은 사업인데 인가 리스크만 커진 상황이라 매각은 합리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 까닭이다.
◇지분 30%는 보유…네이버페이와 손잡은 성장 전략
이번 매각을 통해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두나무는 오히려 성장 기회를 맞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나무는 여전히 증권플러스 비상자의 지분 30%를 보유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남아 제도화되는 비상장주식 시장의 성장성을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지난 8월 말 기준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가입자 수는 167만명, 누적 거래액은 1조9000억원에 달했다. 현재는 KB증권과 삼성증권 두 곳만 연동 중이지만, 네이버페이와의 제휴로 파트너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네이버페이는 월간활성사용자(MAU) 1700만명을 보유한 금융 플랫폼 ‘Npay 증권’을 운영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직접 주식 거래 기능은 없었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를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비상장주식 거래 기능이 추가되면 성장세는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벤처·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어 비상장주식 거래는 제도권 내에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두나무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와 함께 비상장 주식 시장의 제도화와 안정화에 기여하고, 투자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