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 세력도] ③지방銀 텃밭도 농협이 접수…'머니게임' 변질된 쟁탈전

등록 2025.09.16 11:07:03 수정 2025.09.16 11:07:16

1금고 76%가 농협…경남·전북 등서 십 년 넘게 1금고 지위 유지
농협銀, 주민이용 편의성·신용등급 우위…"협력금 지방銀 두 배"

[편집자 주]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은 지자체의 각종 세입금 수납, 세출금 지급 등 금고업무를 수행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지방 금고은행의 선정 방식과 이자율에 대한 공개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지자체 간 이자율 차이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FETV에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 현황 등에 대해 들여다봤다.

 

[FETV=임종현 기자] NH농협은행이 국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금고 입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자체 1금고(일반회계 기준) 217곳(서울특별시 제외) 가운데 166곳(76%)을 농협은행이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출장소를 포함한 전국 1000개 이상의 영업망을 앞세워 촘촘한 지점망을 기반으로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출연금(협력사업비) 등 평가 항목에서 경쟁 은행들을 압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러한 네트워크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요 지방은행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경남·전북 지역 대다수 지자체 금고에서 십 년 넘게 1금고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시중은행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무기로 1금고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광주은행과 BNK부산은행은 시금고 유치 경쟁에서 시중은행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각각 1금고 지위를 지켜냈다.

 

이처럼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방은행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자체 금고를 둘러싼 경쟁이 '출연금 전쟁' 수준으로 격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의 시금고 신규 지정 과정에서는 시중은행이 수백억 원대 출연금을 제시하자 지방은행들도 어쩔 수 없이 출연금을 상향 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고 지정되면 2~3년간 계약 유지…출연금 규모 등 심사 좌우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부산·경남·전라북도 등 주요 지자체의 1금고 68곳은 올해 12월 말로 현 금고 은행과의 약정이 종료된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이 54곳에서 1금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라남도가 11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라북도(8곳), 경상북도·경상남도(각 6곳) 등 순이다.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는 각각 전북은행과 BNK경남은행이 본점을 둔 지역이지만 현재는 농협은행이 1금고 지위를 맡고 있다. 전북에선 농협은행이 주금고 14곳을, 전북은행이 1곳을 맡고 있다. 경남에선 농협은행이 18곳을 경남은행이 1곳을 운영 중이다.

 

 

이에 농협은행은 금고 수성에, 지방은행은 1금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물밑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자체 금고는 한 번 지정되면 통상 2~3년간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에 이번 재지정은 양 은행 간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힌다.

 

금고 심사는 지역주민 편의성, 금고 업무 관리 능력, 지역사회 기여도 등 항목으로 평가된다. 이 중 출연금 규모 등 정량적 평가가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다수 지자체에서 1금고를 운영해온 경험과 노하우가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단위농협을 포함해 전국 전 지역에 폭넓은 지점을 두고 있어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도 높다는 평가다.

 

지방은행은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지원 등 지역 금융기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보증재단 특별출연, 명절 특별자금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역 경제에 공급하며 지역 상생의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하며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은행 "출연금 규모 아닌 지역재투자 실적 등 기여도 반영해야"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1금고를 유지하고 지방은행이 2금고를 나눠 맡는 구도가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금고와 2금고는 심사 기준 등 평가점수에 따라 정해진다. 영업점 수나 영업 채널 등 지역 내 기반 활동 등에서는 큰 격차가 없지만 단위농협까지 포함하면 지방은행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출연금 규모와 외부기관 신용등급도 주요 심사 항목으로 꼽힌다. 농협은행은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최상위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은행(AAA)을 제외한 경남·전북·광주은행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AA+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들은 지자체와 지역 대표 기관이 금고를 선정할 때 출연금 규모나 신용등급 등이 아닌 은행의 지역 재투자 실적 등 실질적인 기여도를 평가 기준에 반영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도금고 입찰은 실제 공고가 나와야 참여 은행을 확인할 수 있어 현시점에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농협은행이 오랫동안 1금고를 맡아온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특히 협력금 규모가 지방은행보다 두 배가량 커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종현 기자 jhyun9309@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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