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상반기 대형 기업공개(IPO) 철회로 체면을 구긴 삼성증권이 기술특례상장을 앞세워 만회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진철회 사례가 늘고 있어, 성과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제출한 상장예비심사(스팩 제외)는 총 11건이다. 이 가운데 9건이 기술특례상장으로,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5건)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삼성증권은 지난 5월부터 7월 두 달 사이에만 8건의 특례 상장 예비심사를 몰아 접수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은 있으나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도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도록 마련된 제도다. 거래소가 지정한 두 곳의 전문평가기관에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면 상장 예심을 신청할 수 있어 AI·바이오 기업들이 주로 활용한다.
![2025년 9개 삼성증권 상장예비심사청구 특례상장사 리스트 [자료 기업공시채널 KIND]](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7036350072_f55631.png?iqs=0.61074326872261)
◇채비·리브스메드 등 ‘기업가치 1조’ 특례 기업도 다수
삼성증권은 지난 29일 온라인 인력 매칭 플랫폼 크몽의 성장성 특례(테슬라 상장제도)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접수했다. 크몽은 지난해 연결 매출 49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대비 소폭 상승세를 보여줬으나,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여전하다. 이에 성장성과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미실현 특례 상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전기차 급속충전 업체 채비(코스닥, 공동주관 KB증권), 다관절 수술기구 제조사 리브스메드(예심 청구, 공동주관 미래에셋증권) 등 기업가치 1조원대로 평가받는 특례 상장 주관사로도 활동 중이다.
삼성증권 IPO 업무는 IB1본부 산하 CM본부(4개 팀)에서 담당하며, 이기덕 본부장이 총괄한다. 2022년 업계 최초로 기술평가기관 출신 인력을 IPO팀에 영입하는 등 전문인력 확보에 힘 써왔으며, 이에 따라 특례 분야 예심 통과율이 높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특례 상장에 강점을 가진 하우스로 잘 알려져 있어 상장 전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기평특례 이외에도 케이뱅크 등 코스피 일반 IPO도 함께 준비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잇따른 상장 철회·강화된 심사 문턱은 과제
삼성증권은 특례와 일반 상장을 병행해 IPO 주관 순위 회복을 노리고 있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와 DN솔루션즈 등 대형 IPO가 잇따라 철회되면서 상반기 국내 증권사 주관 순위는 6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 5위에서 한 계단 밀린 것이다.
문제는 특례 상장에 대한 문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지난 7월 상장폐지 제도를 개편하며 코스피와 코스닥의 퇴출 매출 기준을 각각 상향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퇴출 요건 강화에 그치지 않고, 상장 심사 기준 전반이 까다로워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특례 기업이라도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래소가 이를 지적한다”며 “불승인이라는 오점을 피하기 위해 심사 도중 자진철회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닷과 엠아이티의 특례 상장을 최근 예비심사 과정에서 자진철회했다.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하는 케이뱅크, LS에식스솔루션즈, 비나우 등도 아직 예심 신청조차 이뤄지지 않아 실적 반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특례 상장에도 시장성을 요구하는 등 심사 난도가 일반 상장 못지않게 높아졌다”며 “특례 비중이 큰 증권사는 IPO 성과로 연결하기가 더욱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