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진료의 바이블, 노인의학

등록 2025.08.25 09:00:08 수정 2025.08.25 09:01:03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우리나라처럼 미국도 고령화가 진행 중에 있다. 미국의 65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는 2030년 약 7,700만 명이 된다고 하며, 2050년에는 인구의 약 20%가 고령자로 되어 5명 중 한 명이 고령자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에 고령자 비율이 25.3%, 2040년에는 34.3%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2030년에 3명 중 한 명이 고령자가 되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교하면 그다지 크게 진전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미국의 시장 규모와 의료현황을 볼 때 사람들의 건강과 의료 시스템, 의료비로 인한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료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개선에 따라 평균수명이 극적으로 늘고 사회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된 것은 최근 100년 전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환자의 연령도 고령화가 진행된다. 당연히 노년증후군과 다양한 만성질환이 병존하는 고령 환자 수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뇌경색과 치매 혹은 우울증, 사회적 고립과 신체기능 저하 등의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만성질환의 수도 증가하고 질환 간의 상호 연관성도 복잡해질 수 있다.

 

사회시스템과 의료는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해왔기에 기존의 방식으로 갑작스러운 평균수명 증가에 대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고령 환자의 증가를 바탕으로 고령자 특유의 문제에 특화된 전문과인 노인의학과(geriatrics)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발전해 왔다. 노인의학과는 1909년에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의 의사였던 이그나츠 레오 나셔(Ignatz Leo Nascher, 1863~1944년)가 고령자 진료를 전문으로 해서 분과를 확립해야 할 필요성을 설파한 데서 비롯되었다. 1942년에 미국노년의학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 AGS)가 설립되어 현재 회원 수는 약 6천 명이다. 수많은 대학병원에 노년의학과가 개설되었고 노년질환 전문의도 약 7천 명에 이른다.

 

그러면 노년의학과란 무엇인가? 미국노년의학회는 이를 ʻ고령자를 케어하기 위해 특화된 과ʼ라로 정의하고 있다. 노년의학과는 일반 내과와 많은 차이점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일반 내과의사가 담당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다. 노년의학과 의사는 고령자 특유의 문제에 정통한 프로이다. 예를 들면, 노인의학과 의사는 장기별, 질환별이 아닌 횡단적인 관점을 갖고 노년증후군에 접근한다. 일반 내과에서는 장기별로 전문과가 나눠져 있으나(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등), 실제로 노화는 장기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기별 진료로는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노인의학과 의사들은 노화로 인한 각 장기에의 영향을 항상 고려하고 횡단적인 관점에서 진료를 한다.

 

한편 노인의학과 의사는 생존 기간뿐 아니라 신체기능(Function), 삶의 질(Quality of life), 증상관리를 치료 목표로 삼는다. 젊은 환자 대상으로는 일반적으로 질환 치료, 생존기간 연장을 치료 목표로 삼지만, 고령자 대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왜냐하면 고령자는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노화의 영향도 있기에 질환치료가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치료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고령 환자의 신체기능과 증상에 대한 평가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노인의학과 의사는 그런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다.

 

노인의학과 의사는 일반 내과의사와는 다른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자는 모두 노년의학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편이 좋을까? 물론 고령자의 수를 고려한다면 이는 비현실적이고 일반 내과적 접근으로도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다. 미국노년의학회에서는 다음의 고령자 그룹에 대해 노년의학과 의사에게 진료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첫째, 기능장애 혹은 허약, 노쇠에 해당하는 고령자, 둘째, 환자의 가족이 간병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 처한 경우, 셋째, 고령 환자와 그 가족이 여러 전문과에 내원하며 복잡한 치료를 이어 나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등이다.

 

노년의학과는 고령자에게 최선의 케어를 제공하기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과이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의학과 수는 한정적이다. 실제로 최근 통계를 기준으로 약 2만 명의 노년의학과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미국노년의학회는 노년의학과적 지식 보급을 위해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WebGEMS 등).

 

한편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 진행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들도 노년의학과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 확산 세는 제한적이다. 실제로 일본 대학 중 노년의학과에 해당하는 전문과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 일반 내과의사 사이에서도 노인의학과적 기능의 보급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신경 쓰는 기색이 없다는 것이 더욱 문제일 것이다. 이는 노년의학과라고 하는 과의 개념이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노인의학과를 보급하기 위한 절대적인 리더 또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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