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2024년 7월 11일, 시프트업은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상장 당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는 총 2164곳이 참여해 225.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일반청약 경쟁률은 이를 웃도는 341.24대 1에 달했다.
상장 당시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라는 2개의 강력한 IP에 김형태 대표 특유의 ‘예술 중심 개발 철학’까지 더해지며 시장의 기대치는 정점을 찍었다. 총 청약 증거금은 18조5551억원으로 2024년 IPO 중 HD현대마린솔루션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상단인 6만원으로 확정됐고 상장 첫날 종가는 7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2025년 7월 주가는 4만원 초반대로 하락해 첫 공모가 대비 약 30% 가까운 하락폭을 보였다. 신작 부재, 밸류에이션 부담, 기존 IP의 매출 둔화 등이 지적되며 일부 증권업계에선 ‘실망’이라는 단어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단순히 주가 흐름만으로 시프트업의 지난 1년을 평가하긴 이르다.
일단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프트업의 재무 구조는 건전하다. 2025년 1분기 기준 부채총계는 481억원, 자본총계는 791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6.1%다. 크래프톤이 동기 기준 16.01%를 기록하고 있는걸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IPO 당시 조달한 4350억원 규모의 자금도 대부분 유동성 높은 금융상품으로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상장 이후 무리한 외형 확장이나 공격적 투자보다는 한눈 팔지 않고 내실을 다지며 정중동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성과도 결코 작지 않다. ‘니케’는 2024년 4분기 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300억원 규모의 분기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중국 서비스 시작 후 첫 한달간 iOS 플랫폼에서만 약 700만 달러(96억원)를 기록, 글로벌 매출의 28.7%를 차지했다. 일본(29.3%)과 근소한 차이로 국가별 매출 2위를 차지했으며, TapTap·Bilibili 등 중국 로컬 플랫폼에서는 인기 순위 1위, 다운로드 수 77만 건을 기록하는 등 초기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반전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상장 직전인 2024년 2분기 이후로 꾸준히 매출 하락세를 보였지만 2025년 6월 출시된 PC 버전은 출시 2주 만에 약 8040만 달러(약 1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Steam 동시접속자 19만2000명을 기록하며 누적 판매량은 300만장을 넘어서는 등 꾸준히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의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상장 초기 기대감이 워낙 높았던 탓에 현재의 성과를 ‘선방’이라 보느냐 ‘부진’이라 보느냐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일부 증권사는 “중국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고 또 다른 곳은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라며 반등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제 막 1년이다. 지난 6월 시프트업은 신작 IP '프로젝트 스피릿'의 개발자 모집 공고를 내며 다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장을 통해 1막을 연 시프트업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