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대체시험 시대의 제약사] ①규제 변화, 전임상·비임상 판도 달라진다

등록 2025.07.04 08:32:29 수정 2025.07.04 08:32:42

유럽 이어 미국, 동물실험 대신 AI·오가노이드 도입 공식화
국내 제약사들, 규제 변화 속 기술력 기반 경쟁 본격화

[편집자 주] 제약업계 내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하려는 기술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과 오가노이드 등 새로운 시험법이 글로벌 규제와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FETV는 이 같은 변화가 국내 제약사에 미치는 영향과 각 기업들의 대응 전략, 기술 개발 현황을 짚어본다.

 

[FETV=김주영 기자]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국내 제약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기존에 필수로 여겨졌던 동물실험 대신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인공장기(오가노이드), 장기칩(Organ-on-a-chip) 등을 활용한 새로운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글로벌 규제 환경의 흐름과 맞물리며 전 세계 제약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규제 가속화와 FDA의 선언

 

유럽연합(EU)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법적·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부터 EU는 화장품에 동물실험하지 않은 제품 판매를 금지하기 시작했고 성분 시험 금지는 2009년부터, 최종제품 마케팅 금지는 2013년부터 전면 시행됐다. 2023년에는 유럽집행위에서 “규제 목적의 모든 동물 실험 폐지는 장기적인 목표”라며 공식의견을 내기도 했다. EU는 올해 2분기 안에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공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FDA는 지난 4월 10일 단클론 항체를 포함한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FDA는 이 보도자료를 통해 임상시험용 신약(IND) 신청 단계부터 인체 유래 실험 데이터와 AI 기반 계산 모델의 활용을 적극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FDA는 이번 발표를 통해 임상시험용 신약(IND) 신청 단계부터 AI 기반 계산 모델이나 인체 조직을 활용한 실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 국가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된 임상시험 데이터가 과학적 신뢰성을 갖춘 경우 이를 다른 국가에서도 인정해 동물실험 단계를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FDA는 단클론 항체 치료제 개발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시험법을 적용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AI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이나 인간 장기 모델 실험을 통해 약물의 독성과 부작용을 더욱 정확히 예측할 수 있으며 연구·개발 과정의 비용과 기간 단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독성학 프로그램(NTP), 미 재향군인회(VA)와 협력해 연내 워크숍을 개최하고 관련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오가노이드·AI 기술 보유 기업에 쏠린 시선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는 AI 및 오가노이드 관련 분야의 빠른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은 2023년 14억 달러에서 향후 5년 내 약 43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 신약개발 시장도 같은 해 9억 달러에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AI 신약개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FDA 발표 직후인 4월 11일 코스닥 시장에서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중심의 중소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AI 기반 적응증 확장 플랫폼 ‘랩터AI’를 보유한 온코크로스는 전일 대비 29.92% 오른 1만1420원, 단백질 구조 기반 AI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한 신테카바이오는 18.48% 오른 7630원, 자체 플랫폼 ‘케미버스’를 통해 항암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파로스아이바이오는 12.39% 오른 6530원에 거래됐다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사들 중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사업체 역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이번 FDA 발표 이전부터 임상시험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오가노이드와 AI를 활용한 시험법을 도입했다. 오가노이드는 자체 연구소를 통해 확보한 기술로 고비용 임상시험의 대안을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21년부터 국내 최초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 기반의 자체 실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은 약물 후보물질의 독성 예측과 타깃 적합성 분석을 통해 비임상 단계를 단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하여 ‘삼성오가노이드’를 공식 출범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알렸다. 해당 플랫폼은 삼성의 CMO(위탁생산)·CDO(위탁개발) 역량과 임상데이터를 연계한 실험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오솔루션은 자체 개발한 인체 조직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시험을 대체하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주요 모델은 피부와 연골 조직이며 이미 일부는 임상·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FDA의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제약 시장은 빠르게 AI와 오가노이드 기반 시험 방식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도입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들의 기술 혁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영 기자 jepdd@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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