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태광산업 EB발행…인수사 한투증권 셈법은

등록 2025.07.03 17:12:35 수정 2025.07.03 17:12:46

가처분 신청에 잠정 중단…한투증권, 수익·평판 사이 고심 중
발행 시 총액 인수 or 셀다운 가능성…교환가액 높아 손실 우려도

[FETV=박민석 기자] 태광산업의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이 잠정 중단되면서, 인수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추후 태광산업과의 추가 거래를 고려하면 딜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자사주 소각을 장려하는 정부 기조에 역행하는 만큼, 수익성과 평판 사이에서 신중히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태광산업 EB 발행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인수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법원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뒤, 발행사의 재추진 여부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태광산업은 보유 자사주 27만1769주(발행주식수 대비 24.4%)를 담보로 3185억원 규모 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다만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공시에서 인수자가 누락되고, 발행 조건도 불명확하다며 상법 위반을 이유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후 태광산업은 금융당국의 지적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을 인수사로 명시한 정정공시를 냈지만, 결국 지난 2일 오후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EB 발행을 보류한다”고 밝히며 발행을 잠정 연기했다.

 

태광산업이 밝힌 EB 발행 목적은 ‘신규 사업 추진’이지만, 현금성 자산만 1조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굳이 EB를 발행하는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를 앞둔 상법 개정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 공시전까지 인수 고심했던 한투증권?

 

한투증권은 EB 인수사로 나서기전 내부적으로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첫 EB 발행 공시에서 인수자 명단이 누락된 이유도, 한투증권이 “내부 심의가 더 필요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한투증권이 논란이 많은 EB 인수를 검토한 배경으로 단순 수익 외의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고 해석한다. 향후 태광산업이 추진할 대형 IB 딜에 우선 협상 기회를 확보할 수 있고, 주식 전환 실패로 인한 손실이 발생해도 다른 딜로 만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과 같은 논란이 많은 딜에 참여할 경우, 인수사 입장에서 발행사에게 이자율이나 옵션 등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어 수익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한투증권의 경우 수익성 측면과 함께 실제 EB 인수시 정부와 투자자의 강한 반발에 따른 평판 리스크도 고려하면서 내부 심의가 길어진 것이란 해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B발행 공시에서 인수자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워낙 논란이 되는 건이라, 수익률 뿐 아니라 추후 사업 추진에 있어 평판 리스크 등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액인수 or 셀다운 한투증권의 선택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인수사인 한국투자증권의 EB 처리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전량 인수 또는 셀다운(재매각)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본다.

 

공시에 따르면, 태광산업이 발행하는 EB는 만기 3년 조건에 표면·만기이자율이 모두 0%이고, 2년 뒤 풋옵션(조기 상환 청구권)도 부여돼 있다. 결국 이자 수익보다는 추후 교환권을 행사해 주식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이 EB 전량을 직접 인수할 경우, 태광산업 지분 약 20%를 확보한 ‘우군’으로 활동하면서 추후 관련 IB 딜과의 연계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셀다운에 나설 경우, 제3자에게 EB를 매각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태광산업의 주가다. 공시에 따르면, 태광산업이 발행하는 EB 교환가액은 주당 117만2251원으로, 이날 태광산업 주가(102만9000원)보다 13.9% 높다. 교환 시점의 주가가 교환가액보다 높아야 차익 실현이 가능한데,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교환권 행사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상승여부에 따라 총액 인수 및 셀다운 수수료를 통해 한투증권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수수료를 떠나서 인수 후 파장도 작지 않기에 내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석 기자 mins920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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