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과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혼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FETV는 업권별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규제 완화 요구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
[FETV=임종현 기자] 핀테크 산업의 핵심 서비스로 꼽히는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현행 규제에 가로막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예금·보험·투자 상품 등을 한눈에 비교하고 추천할 수 있게 되면 소비자 편익은 물론 금융사 간 건전한 경쟁 촉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은 금융상품의 판매 대리·중개를 위해 각 상품별로 라이선스를 취득하도록 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3월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금융상품판매업 및 금융상품자문업의 건전한 시장 질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금소법을 시행했다.
이 같은 상품별 인허가 체계로 인해 대출을 제외한 예금·보험 등 금융상품은 비교·추천 서비스가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 현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는 대출에만 국한되며 예금·보험 상품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핀테크 기반 혁신금융서비스 확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2357537537_94ffa7.jpg)
앞서 핀테크 기업들은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서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금소법상 중개가 아닌 광고로 해석하고 판매대리중개업자 라이선스 없이 펀드·보험상품 등을 중개 판매했다. 그러나 당국은 이 같은 방식이 금소법에 위반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당국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실질적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목적이라면 이는 일반적으로 광고가 아닌 중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보험이나 카드 상품 등을 추천하는 행위 역시 판매 과정의 일부로 간주돼 객관적 근거없이 특정 상품을 추천할 경우 금소법상 광고 규제 위반 소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핀테크 업계는 2023년 3월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핀테크의 금융권 진입 촉진을 위한 1차 간담회'에서 핀테크 기업의 특수성(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일부 서비스에만 특화돼 있는 초기 기업 등)을 감안해 금융업 진입장벽을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금융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의 활성화를 위해 ▲취급 가능 금융상품 확대(보험의 경우 자동차보험부터 허용) ▲업권별 정착상황을 고려한 단계적 확대(예금·보험을 넘어 펀드까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금융상품 비교·추천을 위한 '종합중개 라이선스' 도입과 법제화 필요성도 제언하고 있다. 금융상품 비교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정보불균형을 해소하고 금융시장 내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일본의 '금융서비스의 제공 및 이용환경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처럼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합적으로 중개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서비스중개업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2020년 6월 '금융 서비스 이용자의 편의 향상 및 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금융 상품의 판매 등에 관한 법률 등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이 설립되고 같은 해 12월 공포됐다.
개정에 따라 기존 금융상품판매법은 금융서비스 제공법으로 바뀌었고 업권별 중복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서비스중개업이 새로 도입됐다. 이 제도는 업태별로 분리돼 있던 중개 체계를 하나의 등록으로 통합해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분야의 금융상품을 원스톱으로 중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핵심이다.
업계는 금융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이 본격화될 경우 소비자가 자신의 수요에 맞는 상품을 보다 쉽게 탐색할 수 있게 돼 정보 탐색 비용은 줄이고 금융회사가 경쟁적으로 더 나은 혜택을 제시하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중개가 허용된 대출상품의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이 2023년 5월 신용대출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시한 이후 지난해 10월 말까지 약 29만명이 대출을 갈아탔다. 이들은 평균 1.53%포인트(p) 낮은 금리로 전환해 1인당 연간 약 176만원의 이자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1월에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가 추가로 도입됐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대출 상품은 현재 누구나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비교·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예금이나 보험, 투자 상품은 여전히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며 "문제는 이 제도가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 운영돼 일정 기간만 허용되는 시한부 성격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은 이처럼 제한적인 형태로만 허용할 것이 아니라 종합중개 라이선스를 도입해 모든 핀테크 기업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보다 폭넓은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