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핀테크] 민간자금 스타트업 투자, 세제 혜택 확대 필요

등록 2025.05.24 09:00:58 수정 2025.05.24 09:01:03

3년 이상 보유 시 양도차익 감면...장기 보유 유도
IPO 10년 넘게 걸려,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돼야

[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과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혼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FETV는 업권별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규제 완화 요구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FETV=임종현 기자] 핀테크 업계가 혁신 분야에 대한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해외와 달리 정부 주도 자금의 비중이 높고 민간 투자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 정부 출자 펀드가 전체 벤처투자의 약 30~40%를 차지한다. 정부 출자 펀드의 경우 자본이 유입·유출되는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정책적 배분 성격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고위험·혁신 분야에 대한 민간의 대규모 투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통해 혁신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탈(VC)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미국 내 VC 투자액은 3300억 달러(한화 약 454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VC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메타,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스타트업 단계에서 시작해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를 거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은 실리콘밸리와 나스닥 간 긴밀하게 구축된 자본 조달 루트를 기반으로 전 세계 투자금을 흡수하고 이는 다시 투자자에게 높은 투자 성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있다.

 

이스라엘 역시 작은 내수 시장(인구 약 900만 명)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기준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약 4.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군복무를 통해 축적된 기술 역량,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제도 등이 결합돼 다수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배출했다.

 

2022년 기준 이스라엘 VC 시장 규모는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7조원)로 추산되며 글로벌 대기업 및 해외 VC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 구축은 단기적인 투자 이상의 장기적 경제 체질 개선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핵심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는 본질적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감수하는 구조인데 현재처럼 정부 주도 자금 비중이 높은 환경에서는 고위험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기 어렵다"며 "미국처럼 민간 중심의 경쟁 시장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해외에 비해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IPO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비상장 주식을 유동화할 수 있는 세컨더리 마켓이 미흡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이 코스닥 등에 상장하기까지 평균 10~14년이 걸리는 반면 미국의 경우는 평균 6~9년이 소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장 전 단계(Pre-IPO)에서 지분을 유동화할 수 있는 통로도 제한적이다. 일부 증권사 앱을 통해 비상장주식 거래가 가능하긴 하나 최대 1%에 달하는 높은 거래 수수료와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이용이 쉽지 않다.

 

또한 내수시장 한계도 스타트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우수한 스타트업조차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고 글로벌 투자자 유치에도 제약이 따른다.

 

정부 차원의 해외진출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K-Startup 그랜드챌린지', 'KIC(코리아이노베이션센터)' 등이 있으나 실리콘밸리나 유럽, 동남아에 비해 지원 규모나 현지 네트워크의 밀도에서 아직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새 정부가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선 민간자금의 스타트업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벤처투자조합과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정 한도 내에서 제공되는 세제 혜택으로는 고액자산가, 엔젤투자자, 법인투자자의 초기 투자 유인을 끌어내기 어렵다. 예컨대 1억원 투자 시 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투자 후 일정 기간(예: 3년) 이상 보유 시 양도차익에 대한 세제 감면 폭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한 초기 투자자의 유동성을 보완하면서도 장기 보유 유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투자 지분을 양도할 경우 공제권을 후속 투자자에게 이전 할 수 있는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초기 자금 회수를 용이하게 하면서도 후속 투자자 역시 장기 보유 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전반의 순환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업계는 블록체인 기반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도입을 통해 거래 기록과 청산 과정을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화하고 주권 관리 및 매매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증권형 토큰(STO) 관련 법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규제 동향을 적극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세컨더리 펀드와 전문 브로커리지를 육성해 장외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고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스타트업 지분을 적시에 유동화할 수 있도록 거래 수수료 인하와 제도 기반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 확대와 세컨더리 마켓 활성화를 통해 민간 자본이 보다 활발히 유입돼야 우수 스타트업에 스마트 머니가 공급될 수 있다"며 "정부 주도 자금의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의 투자 판단과 경쟁을 통해 혁신 기업을 효율적으로 선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과 세컨더리 펀드가 자리 잡으면 투자금 회수가 앞당겨지고 벤처캐피탈의 전체 투자 규모와 빈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종현 기자 jhyun9309@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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