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IPO 시장에서 주관사의 책임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당국이 기관투자자의 장기투자를 독려하면서, 주관 건수와 공모액뿐 아니라 상장 이후 장기 수익률이 주관사의 새로운 역량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FETV는 최근 3년간 공모가 대비 주가 수익률을 기준으로 성공적인 IPO 사례를 분석하고, 주관사의 전략과 역할 등 성패를 가른 핵심 요인을 집중 조명해 본다. |
[FETV=박민석 기자] 국내 로봇 제조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IPO(기업공개) 이후 공모가 대비 27배에 달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5위에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IPO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의 집요한 전략과 기술력에 대한 확신에 있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1년 오준호 기계공학과 교수와 연구진 주도로 설립된 산업용 로봇 개발업체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협동로봇 등을 생산하며,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로봇인 휴보(HUBO)의 상업화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2021년 2월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뒤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산업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주가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상장 전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기술 특례와 성장성 특례 상장을 시도했으나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당시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높은 기술성 평가 등급(AA, A)을 받았음에도, 소방용 인명구조 로봇 판매에 국한돼 실제 매출 실현과 산업 적용 가능성에 대한 거래소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물류·협동로봇 등 산업용 로봇사업에 진출한 이후, 2020년 매출이 전년(17억 원) 대비 세 배 증가한 54억원을 기록해 수익성 문제가 해결됐다. 결국 세 번째 도전 끝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주관사들의 집념·투자자 보호장치 감수한 ‘승부수’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은 두 차례 예심 탈락에도 불구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기술력과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았다. 실제 상장 철회 이후에도 IPO 인력과 시간을 꾸준히 투입했고, 제품 상용화와 매출 증가라는 실적 개선 신호를 확인한 뒤 다시 성장성 특례상장에 도전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의 경우 주관사가 상장 후 6개월간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개인투자자 주식을 되사주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주가 하락 시 주관사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며 상장에 힘을 실었다.
당시 IPO 주관 총괄을 맡았던 나유석 대신증권 본부장은
"회사가 충분한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 다고 판단해 한 VC(벤처투자자) 추천을 받아 주관에 참여했다"며 "인명구조로봇만 생산해 시장성이 부족한때도 있었으나, 협동로봇 생산이 시작되면서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특
히 대신증권의 경우 상 장 이후에도 2022년 신기술조합 위탁운용사(GP)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하는 등 기술력과 꾸준한 성장성을 보고, 브릿지 역 할을 꾸준히 해왔다.
이들의 결단은 상장 흥행으로 이어졌다. 2021년 2월 코스닥 상장 당시 청약경쟁률은 1489대 1로, 카카오뱅크와 하이브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1만원이었던 공모가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해 상한가로 마감)을 기록하며 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주가는 3년 만에 공모가 대비 1541% 올랐고, 최근에는 2700%를 넘어서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상장 이후(2021년 2월~2025년 5월 20일) 주가 추이 [자료 네이버증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1/art_17477161289748_885b12.png)
◇ 인수수수료·IPO 조직 확대로 이어져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 역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두 주관사는 레인보우로보틱스 IPO를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각각 인수금액(132억5000만원)의 약 6%에 해당하는 인수수수료로 각각 약 9억원(미래에셋)과 7억원(대신증권)을 수령했다. 인수수료로와 별개로 어려운 딜을 성공시켰다는 평판까지 한손에 쥐게 됐다.
당시 실사와 상장 전략을 총괄했던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IPO본부장과 대신증권의 나유석 IPO본부장, 박성준 IB부문장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자리를 지키며, 당시의 결단이 시장에서 통했음을 증명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IPO 조직을 4팀 체제로 확대
하고, 또 다른 협동로봇 비상장사인 두산로보틱스 IPO에 나서는 등 굵직한 딜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대신증권 역시 IPO본부와 신기술금융부를 신설하고, 인력 충원과 조직을 확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예비심사 철회 후 성장성 특례로 방향을 전환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기술력을 강조한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며 "기술력을 믿고 베팅한 주관사의 결단과 전략적 접근이 IPO 성공을 이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