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반도체 전문가' 3인의 삼성 이사회 합류가 반가운 이유

등록 2025.02.20 10:42:31 수정 2025.02.20 10:42:46

 

삼성전자 이사회는 올해 새롭게 내정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3인을 모두 '반도체 전문가'로 구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단행한 2025년 사장단 인사에도 반도체 부문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와 경영진 등 주요 인력에 반도체 담당 임원을 확충하며 본원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위기론'이 불거졌다. 삼성전자 본원 경쟁력인 반도체 부문이 약화됐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를 유지해왔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인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찍었던 엔비디아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TSMC는 한 때 삼성전자의 위상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뒤집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아직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는 SK하이닉스다.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도 위험하다.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레거시 영역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중국이 저가 공세로 글로벌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 중국이 따라오고 있지 못하는 보다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양산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살아남을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굳건한 파트너십으로 업계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다. 재료공학 박사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곽노정 사장의 리더십 아래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TSMC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데도 젠슨 황과 모리스 창이라는 기술자들이 기업을 이끌어 왔기 때문으로 평가 받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맡은 반도체 전문가다. 모리스 창도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0년간 근무했다.

 

이와 반대되는 케이스도 있다. 바로 인텔이다. 인텔은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 등 반도체의 역사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공동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인텔의 최고경영자에 비기술자 출신들이 연이어 취임하면서 기술 회사로서 동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인텔은 반도체 전문가인 팻 겔싱어를 다시 CEO로 선임했다.

 

다만 긴 암흑기를 보낸 탓에 반도체 전문가가 수장의 자리를 차지했음에도 최근 인텔은 분리 매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인텔의 칩 설계 부분을 브로드컴이 인수하며, 파운드리는 TSMC가 인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반도체 기업이 사분오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기에 엔비디아, TSMC, 인텔 등과 완전히 같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쟁력도 이들 빅테크 기업처럼 '기술'에서 나온다.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이사회나 CEO 등의 요직에 전문가들이 자리를 잡을 필요성은 충분하다.

 

2025년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번 삼성전자 이사회에도 전영현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학교 교수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2025년 사장단 인사에 이어 이번 신규 이사 선임의 건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문가들이 주요 의결권자에 자리를 하게 됐다. 이 결정이 삼성전자의 '위기론'을 극복하고 다시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에 대해 일말의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로 다가오고 있다.



양대규 기자 daegyu.yang@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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