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104/art_17376646257197_32a065.jpg)
[FETV=양대규 기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23일 주총 표 대결을 통해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전날 전격적으로 꺼낸 '순환출자 카드'로 영풍 의결권을 무력화하며 당초 지분율에서 뒤지며 불리했던 상황을 역전시켰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차례로 의결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핵심 안건으로 꼽혔던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표결을 통해 출석 의결권의 약 73.2%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승부가 갈렸다.
이 안건은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추천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맞서 최 회장 측은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하며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 저지에 나섰다.
이날 표 대결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안이 가결되면서 MBK·영풍 측이 차지할 수 있는 이사 자리가 최대 7석으로 제한돼 남은 이사 선임안 표결 결과와 관계 없이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실패했다.
이어진 이사 선임안 투표 결과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이 모두 과반 득표를 얻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MBK·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은 각각 20∼30% 찬성 득표로 상위 7위 안에 들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고려아연이 전날 단행한 순환출자로 지분율이 25.42%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높다. 그러나 전날 조치로 이날 의결권 효력이 있는 MBK·영풍 측 지분이 40.97%에서 15.55%로 축소되면서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전날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는데, 이를 이용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MBK·영풍 측은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제1-1 의안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이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주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집중투표제는 최 회장 측이 가족 회사인 유미개발을 통해 제안했다.
이날 집중투표제 도입은 의결됐지만, 지난 21일 법원이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적용은 다음 주총부터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