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한가람 기자]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현지시간 16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 재산권 분쟁을 끝내고 향후 세계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17일 밝혔다.
한수원과 한전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이번 합의로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협력 관계 복원을 통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 의하면 한수원과 한전, 웨스팅하우스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보유한 캐나다 핵연료 회사 카메코와 같이 현지시간 16일 미국에서 지재권 분쟁 협상을 완료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번 합의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지난 약 50년간의 전통적 협력 관계를 복원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양측 간 법적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해외 원전 수주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분쟁은 올 3월에 끝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최종 계약에 있어 큰 장애물로 인식됐다. 현재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재권 분쟁을 마침으로써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체코 신규 원전 수출 계약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협상 내용의 구체적인 사항은 상호 비밀 유지 약속에 의거해 비공개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 웨스팅하우스에 조단위의 로열티나 일감을 제공하고 후에 다른 국가에 원전을 수출할 때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하는 등 크게 양보했을 것으로 평가된다. 웨스팅하우스의 기존 시장인 유럽에선 양사 공동 진출, 신흥 시장인 중동에선 한국 단독 진출 등 상호 조정이 있었다는 예측도 존재한다.
그동안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할 계획인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본사의 원천 기술 기반이라며 한수원의 수출을 억제해왔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미 국산화에 성공했기에 독자 수출해도 된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한수원·한전은 분쟁을 계속하기보다 협상 타결을 통해 '팀 코러스(Team Korea + US)'로 세계 수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을 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한전과 한전의 자회사 한수원은 주요 지역을 나누어 원전 진출 노력을 해왔다.
한전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출을 담당하고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현지시간 8일 한미 양국 정부가 제3국으로의 원전 수출에 대한 국가간 소통 체계를 확보하는 내용의 약정(MOU)에 정식으로 서명한 것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협상 완료가 가까워졌음을 보여줬다. 단 후에 국내에서 타협을 위해 얼마나 양보했는지에 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팀 코리아' 대신 '팀 코러스'로 글로벌 진출을 한다면 국내 기업의 이익이 독자 진출보다 작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잠시 저조하던 글로벌 주요 원전 시장이 다시 확대된 시점에서 설계와 같은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과 설계, 시공, 운영 능력이 있는 한국이 힘을 합쳐 성장하는 시장을 공동으로 겨누는 것이 한미 양국의 장기적 이익에 적합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얼마전 기자 간담회에서 "이제 민간에서도 문제를 건설적으로 잘 풀려고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 문제가 풀어진다면 엄청나게 큰 시장에 같이 가서 조인트 파트너십으로 할 일이 많아 한미 기업이 공동으로 많은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보도자료에서 "웨스팅하우스와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한·미 간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