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 고려아연, MBK파트너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103/art_17370202108909_56441c.jpg)
[FETV=양대규 기자] 국민 10명 중 5명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해고, 인력 구조조정 등 노동 문제가 심각해지고 노사관계도 악화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3명 중 2명은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해외 등으로 기술이 유출되고 핵심인력 이탈 등 부정적 영향이 삼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근로자 해고, 인력 구조조정 등 부정적 노사관계가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전체 응답자의 55.8%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24.7%)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따른 영향을 묻는 질문엔 국민 3명 중 2명(66.3%)이 기술 유출, 핵심 인력 이탈 우려 등 ‘부정적이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권 강화를 위해 투자가 이뤄져 지역사회에 고용 창출이 되는 등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11.3%다.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을 겨냥해 적대적 M&A에 나선지 4개월이 경과한 가운데 과거 MBK가 인수한 기업에서 불거진 구조조정 논란과 노사갈등에 대한 학습효과 탓에 고용과 일자리에 있어 MBK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외국인 지배와 출자자금 대부분이 중국과 중동 등 해외자금이라는 측면이 언론에 부각된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려아연 임직원 2000명(응답률 60%)을 대상으로 실시된 무기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용 불안을 느끼거나 이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비율이 59.6%로 집계됐다. ‘지속적인 언론 노출과 주변의 관심·우려가 급증하면서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답변도 72.8%로 나타났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노사관계의 부정적 변화를 내다보는 여론이 상당한 배경은 과거 MBK가 인수한 기업에서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고용 불안정 문제가 불거졌던 점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 케이블TV 씨앤엠(현 딜라이브) 등의 구조조정 실태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직원 처우가 열악해지고 업무 외주화가 심각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지적된 바 있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된 데는 핵심기술 유출 우려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기술은 이차전지 배터리 소재 등 미래 신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핵심기술이 국외로 이전돼 국익을 훼손할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직접 “중국에 매각할 계획은 전혀 없다” “10년 정도 장기 투자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외국인 지배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해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국인이 주요 주주로 올라 있는데다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외국인인 만큼 MBK를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논란의 핵심이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현실화되면 핵심 기술 연구진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 인력들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 이어 최근 또 다시 성명서를 내고 MBK가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전원 퇴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