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신세계그룹이 2025년 정기인사에서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와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간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가운데 오너 2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양상이다.
먼저 정용진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상승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유경 회장도 정용진 회장과 같이 백화점부문의 주요 계열사 신세계의 지분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승계가 완료되는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주가 부양 의지에 따라 지분율 변동이 생길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5년 정기인사에서 정유경 회장을 총괄사장에서 현 직급으로 승진시키고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총수는 아직 이명희 총괄회장이지만 향후 오너 2세인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부문과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부문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요 계열사 이마트와 신세계를 중심으로 포진한 종속기업 등을 묶어 이마트‧백화점 두 부문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로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18.56%),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18.56%)이 각각 위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용진 회장이 최근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278만7582주)를 시간외매매로 매입하기로 하면서 기존 18.56%에서 28.56%로 지분율이 상승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러한 거래가 올해 2월 10일부터 3월 11일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최근 공시했다.
거래가 완료되고 나면 이 총괄회장은 신세계 지분 10%(98만4518주)가 남는다. 정유경 회장이 이를 매입하고 나면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가 사실상 대부분 완료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SSG닷컴이다.
이마트 측은 정용진 회장의 지분 매입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주가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 추진으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주목받으며 주당 8만85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올해 1월 9일 종가 기준 6만4000원을 기록했다. 정용진 회장은 이명회 총괄회장의 주식을 주당 7만6800원에 거래할 계획이다. 이는 특정증권 등 거래계획보고서 작성 기준일(2025년 1월 10일)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20% 할증된 가격이다.
이를 감안하면 정용진 회장으로서는 이마트의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적기로도 보인다. 이에 비해 신세계의 지난해 3분기 PBR은 0.27배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0.17배인 이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정유경 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지닌 신세계 지분 10%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는데 마트에 비해 속도를 낼 필요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세계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 1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PBR이 1배 미만일 경우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 이 가운데 이마트는 알리바바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실적과 지분구조 변동 요인이 존재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용진 회장은 개인 자산을 투입하는 등 성장 가능성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행보를 좇아 정유경 회장도 시차를 두고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정용진 회장과 같이 적기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증여 혹은 매입 방식으로 정유경 회장도 신세계 지분율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오너가의 신세계 지분 변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