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게임사 '길들이기' 나섰나?

등록 2025.01.09 10:11:40 수정 2025.01.09 10:37:44

공정위, 하도급 계약서 발급 지연 넥슨,크래프톤, NC에 과징금 부과
게임 업계 투명화·공정화에 필요한 조치 vs 과도한 제재로 위축 우려

 

[FETV=신동현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게임업계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하도급 계약서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게임사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게임업계는 공정위의 제재가 게임 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의 적절한 조치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작년 1월 넥슨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에 대한 116억원의 과징금 부과, 작년 9월 메이플스토리 이용자에게 219억원의 보상 권고까지 일련의 과도한 제재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일 게임업계 직권 조사 결과 크래프톤, 넥슨코리아, 엔씨소프트 등 3개 게임사가 하도급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하지 않은점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게임 관련 그래픽·모션·녹음 위탁 용역을 시작하기 전 대금이나 지급방법 등 하도급 거래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수급사업자에 발급하지 않은 혐의로 크래프톤, 넥슨코리아, 엔씨소프트에 대해 재발방지 시정명령과 함께 위반혐의가 상대적으로 무거운 크래프톤과 넥슨코리아에는 각각 3600만원, 3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로부터 위탁받은 용역 수행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등 하도급계약의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당사자 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2021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24개 수급사업자에게 배틀그라운드 등 게임 리소스 제작 등 42건의 7억2000만원 상당 용역을 위탁하면서 하도급계약서를 용역일로부터 최소 1일 부터 최대 97일 이후 발급했거나 계약 종료 이후 발급했다.

 

넥슨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2개 수급사업자에게 게임 리소스 제작 등 5억3000만원 상당의 용역 75건을 위탁하면서 하도급계약서를 뒤늦게 발급했다. 계약서를 수급사업자가 용역 수행을 시작한날로부터 최소 1일부터 최대 86일이 지난 후 발급했고 일부 거래에선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계약서를 발급했다.

 

엔씨소프트는 2020년 12월부터 약 2개월간 8개 수급사업자에게 리니지 등 게임 리소스 제작 등 8억8000만원 규모의 용역 28건을 맡기면서 하도급계약서를 용역일로부터 최대 35일이 지나고 발급했거나 계약 종료 이후 발급했다.

 

공정위는 게임업계 내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해당 부문 담당자는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이며 이를 어길 경우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특정 업계를 노리고 진행한 것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게임업계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군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공정위 조치가 게임산업 관행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면 계약서 발급 지연은 하청업체에 재정적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로 이를 바로잡기 위한 공정위의 조치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웹툰, 드라마 제작 등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며 "공정위의 규제는 산업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한 계약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교수는 일각에서 공정위의 조치를 '게임사 길들이기'로 해석한 점에 대해 "산업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이번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충분히 필요한 제재"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면 계약서 지연 발급은 하도급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사안이며 이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협회장은 공정위가 게임이라는 특정 산업군에 집중된 제재를 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제재와 처벌을 규제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잘못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과도한 규제로 해석하기보다는 게임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게임업계에서는 최근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 강화가 게임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이번 과징금의 핵심은 계약서 발급 지연 문제"라며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계약서 발급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를 갑질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후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게임업계를 조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번 건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가 지나치게 엄격하면 기업들이 위축될 수 있다"며 "특히 중소 게임사들은 대기업보다 규제 대응 능력이 부족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동현 기자 tlsehdgus735@fetv.co.kr
Copyright @FETV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제호: FETV | 명칭: ㈜뉴스컴퍼니 | 등록및발행일: 2011.03.22 | 등록번호: 서울,아01559 | 발행인·편집인: 김대종 |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66길 23, 901호(여의도동,산정빌딩) | 전화: 02-2070-8316 | 팩스: 02-2070-8318 Copyright @FETV. All right reserved. FETV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