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이커머스 성장의 그늘, 높아지는 그로서리 우려

등록 2025.01.07 08:50:36 수정 2025.01.07 08:50:44

 

“그로서리(식료품)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채널로 소비가 이동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대세죠. 온라인의 침투율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도권이 사실상 마트에서 이커머스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이 현상이 반갑지만은 않네요.”

 

국내 유통 채널의 변화에 대한 식음료 업계 한 관계자의 얘기다. 유통 채널의 다각화가 납품업체에게 호재로 작용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커머스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에 따른 수수료가 실적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장보기는 이커머스 등장과 함께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대형마트를 찾아 쇼핑 카트를 가득 채우고 계산대에 길게 늘어선 소비자의 모습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이러한 소비의 전환 단계를 ‘30년’ 단위로 구분하기도 한다. 1930년대 상설 전통시장, 1960년대 백화점, 1990년대 대형마트, 2010년대 디지털 등이 각 시대의 유통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는 이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이 강세인 시기에 속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4년 12월에 발간한 ‘이커머스 시장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보다 구체화해 기술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서는 이커머스 사업모형 변천이 총 3세대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바라봤다. 현 시기는 시장참여자가 다변화한 제3세대 사업모형에 속했다.

 

온라인 쇼핑 서비스가 물류, 데이터, 포털, 커뮤니티 등과 결합한 사업모형이 활성화된 것이 제3세대 이커머스의 주요 특징이라고 전했다. 특히 물류 시스템의 고도화는 신선 제품 재고 보관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면서 온라인 장보기 문화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곧 온라인 쇼핑 침투율로 나타났다. 온‧오프라인 전체 소매 판매액 대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비중(온라인 쇼핑 침투율)은 2020년 1월부터 2024년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2024년 7월 기준 온라인 쇼핑 상품 거래액 비중은 약 33.5%를 기록했다.

 

식음료 업계에서 온라인 쇼핑 침투율은 더욱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류 인프라 등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시장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이커머스 선두기업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공정위 자료에서는 점차 시장이 집중화 되어가고 소비자를 고착화하려는 전략이 강화되는 모습은 앞으로도 충분한 경쟁이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소수의 이커머스 기업에 집중화되는 현상이 납품업체에겐 그리 달갑지는 않을 거다.

 

식음료 업계는 고물가로 인한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기가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수수료 부담 등으로 마진율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채널이 더 낮다고 한다. 가격 인상에 대한 하방 압력까지 존재하는 때에 ‘온라인 장보기’ 문화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최혜 대우 조항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특정 소비자 또는 계약상대방에게 다른 플랫폼이나 유통채널에서 제공하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 또는 더 유리한 거래조건으로 거래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의미한다. 최저가 보상제도 최혜 대우 조항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이커머스 기업의 최혜 대우 조항은 입점 판매자가 경쟁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 인하 유인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이 승자 독식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패권 경쟁은 소수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와 이에 입점한 식음료 등 납품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될 수도 있겠다. 어찌 보면 이미 격돌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제3세대 이커머스 시기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승기로 굳어지고 있지 않을까.



김선호 기자 fovoro@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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