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2024년 국내 증권업계는 연초부터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에 휘청였지만,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력과 다각화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실적을 회복해 다수의 증권사가 '1조클럽' 재입성을 눈앞에 뒀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PF 늪에 빠져 양극화가 심화됐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 PF 부실화가 본격화하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특히 사업 구조상 부동산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로인해 몇몇 중소 증권사들은 신용등급이 A-로 강등됐고, 대다수 증권사들이 신용평가사들의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 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규모가 9%인데 반해, 중소형 증권사는 18%로 부실 위험이 훨씬 높은 상황이다.
반면 대형 증권사의 경우 해외주식이 새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1분기 1282억원 ▲2분기 1270억원 ▲3분기 174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11월 한달간 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대금이 9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증권사별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국내 증권사 중 해외주식 거래로 1802억원을 벌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997억원) 대비 80.7%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수익 증대 덕에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1조1587억원을 달성하며 '1조클럽' 가입을 예약했다. 키움증권은 같은 기간 해외주식 거래량의 33.9%를 점유하며,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 분기 대비 35%나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해외주식 자산규모가 30조원을 돌파, 전년 대비 73% 증가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토스증권 역시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96억원, 전년 동기 대비 8배 증가라는 폭발적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해외주식 거래 증가는 국내 증시 부진 속 증권사 수익에서 해외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국내 주식 수수료 수익을 추월하는 증권사도 등장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올 3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국내 주식 수수료 수익을 넘어서며, 해외주식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나타냈다.
다만 금리 인하 기조와 부동산 PF 구조조정은 IB 시장에도 훈풍을 불어넣어 수익 구조가 중소형사보다 다각화 돼 있는 대형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이 완화하고 PF 부실화 사업장 경·공매가 진행돼 IB 실적이 회복되는 양상"이라며 "부동산 PF 충당금과 해외부동산 감액손실 반영이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마무리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또한 올해는 증권사들의 각종 변화의 바람이 두드러졌다. 상위 10개 증권사 CEO(최고경영자) 중 과반이 교체돼 새 CEO가 임기를 시작했다. 신한투자·키움·유안타증권은 나란히 사옥 이전을 완료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LS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LS그룹 편입 절차를 마무리했고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그룹이 은행·비은행 계열사 사명을 '아이엠(iM)뱅크'로 바꿔달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 5일 '검은 월요일' 증시 대폭락 당시 1300억원의 ETF 운용 손실을 내며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해이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이번 사례는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된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한편 자산운용 업계는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두드러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ETF를 17조1000억원 순매수하며, ETF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아울러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165조8878억원으로 1년 새 41조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해외주식형 ETF의 인기가 뜨거웠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기존의 해외주식 ETF 강점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점유율을 대거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