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AI 시대 '엔비디아' 대항마 찾기 '바쁘다 바빠'

등록 2024.12.04 10:26:01 수정 2024.12.04 10:26:21

삼성전자, AMD AI 가속기에 HBM3E 12단 제품 독점 공급
SK, 자회사 사피온과 합병 스타트업 리벨리온 유니콘급 육성
LG·현대차,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 텐스토렌트에 투자·협력

 

[FETV=양대규 기자] 국내 4대 그룹이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대항마 찾기에  나서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 LG,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이 AI 시대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엔비디아 대항마'라고도 불리는 기업, 스타트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양대 강자인 AMD와 손을 잡았다. 현재 사용되는 대다수의 AI 가속기는 GPU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시장에 선두로 치고 나올 수 있는 까닭도 오랫동안 GPU 시장에서 1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는 반도체 산업 모니터링 보고서에 "4분기 중 출시되는 신형 AI 칩에 국내 기업의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12단 HBM3E)가 탑재되면서 AI 반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는 AMD의 최신형 AI 가속기 'MI325X'다.

 

한은은 "삼성전자의 12단 HBM3E가 독점적으로 탑재되고 삼성전자는 12단 HBM3E를 4분기 중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최신 HBM3E 12단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품 생산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라이벌 회사인 AMD에 해당 제품을 독점 납품해 시장 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 AI 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어, AMD의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유의미한 매출 성과를 내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는 AI 학습 과정 중 훈련에 특화된 칩이다. 최근 유행하는 생성형 AI나 온디바이스 AI는 훈련보다 추론 학습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추론은 훈련과 다르게 단순히 높은 하드웨어 성능보다 그에 알맞는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설계가 중요하다.

 

이에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최신 알고리즘에 맞는 각자만의 칩을 설계해 엔비디아에 대응하려고 한다.

 

SK는 최근 리벨리온이라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손을 잡아 1조원대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 2일 리벨리온은 SK텔레콤의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과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리벨리온이라는 사명으로 전날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리벨리온은 사피온과 지난 6월 합병 추진을 발표했다. 재출범한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약 1조3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리벨리온을 이끌어온 박성현 대표이사가 단독 대표를 맡아 합병 법인을 이끈다.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리벨리온과 사피온 모두 추론용 NPU에 강점을 지녔다. 2020년 설립된 리벨리온은 창업 1년 만에 AI 반도체 ‘아이온’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5나노미터 공정을 이용한 ‘아톰’을 내놨다. SK텔레콤 연구조직에서 분사한 사피온은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반도체 ‘X220’을 개발했다.

 

박성현 대표는 “엔비디아의 독주와 함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재편이 시작됐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두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업 간 합병은 대한민국 AI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텐스토렌트는 '반도체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2016년 설립한 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이다. AI 칩 시장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는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최근 불리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국내 벤처캐피털 회사인 삼성증권과 AF W파트너스(이하 AFWP)가 주도한 6억93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D 펀딩 라운드를 3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LG전자, 현대자차그룹과 다수의 국내 투자자들을 비롯해, 베조스 익스페디션(Bezos Expeditions)과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사들도 참여했다.

 

데이비드 베넷 텐스토렌트 CCO는 "텐스토렌트는 한국과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 펀딩 라운드는 한국에 대한 텐스토렌트의 지속적인 헌신과 비전에 대한 많은 파트너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모멘텀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텐스토렌트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번에 추가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텐스토렌트와 협업을 지속하다가 최근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달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는 한국에 방문해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만나 AI 반도체 개발에 대해 전략적 협업을 논의했다.

 

당시 짐 켈러 CEO는 “LG전자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 리더로, 뛰어난 SoC 개발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양사가 전략적 협업을 통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규 기자 daegyu.yang@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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