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사라진 메모리 시장...삼성·하이닉스 또 위기오나

등록 2024.12.03 10:39:38 수정 2024.12.03 10:39:51

중국산 반도체 공습, 주 원인...HBM 등 고부가 중심 체질 개선 필요

 

[FETV=양대규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 없이 침체기로 들어왔다.

 

공급과잉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 메모리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의 공습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이나 최신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와 같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빠르게 체질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전월 대비 20.59% 하락했다. 지난해 9월 기록했던 1.30달러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인 1.35달러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2분기 조정을 맞았으며, 8분기 2.9% 하락, 9월 17.07% 급락했다. 이후 11월 다시 20% 이상 하락하며 지난해 9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낸드 가격도 하락했다. 메모리카드와 USB에 사용되는 범용 낸드 제품(128Gb 16Gx8 MLC)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9.80% 하락한 2.16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불과 1년도 안 된 사이에 D램, 낸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말 시장이 기대했던 슈퍼사이클은 없었다. 메모리 시장은 몇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오가며 수요가 늘어나며 공급이 부족해져 그 가격이 급격히 오를 때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고 불러왔다. 지난 2017~2018년이 대표적인 예로,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글로벌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모두 감산하며 가격을 조정하며 업계는 다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푸젠진화(JHICC)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DDR4 D램을 양산하고 0.75~1달러에 공급하며 전체 시장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 결국 값싼 D램의 양산에 한국과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대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생산 능력 확대는 업황에 연동되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점과 레거시 수요 부진이 맞물리고 있는 상황에서 D램 3 사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진행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적 관점에서 레거시 출하 지양, HBM 등프리미엄 제품 출하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 내 중국 기업들의 비중은 2025년 말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술 격차가 다소 적은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낮은 단가에 많은 물량을 쏟아내는 전략을 활용한다면, 점유율은 올리면서 단가 경쟁에서 선두 업체들을 제칠 수 있다는 의견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앞으로 중국이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중국 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DDR5와 HBM으로 수익성을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위기감을 인식하고 체질 개선을 시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HBM 매출 비중이 전체 메모리 매출의 30%까지 올랐으며 전체 실적의 57%가 HBM에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서는 아직 불리한 상황이다. 10월 컨퍼런스콜에서 HBM3E 8·12단을 양산하고 판매 중이라고 언급했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납품을 한다는 공식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위기의식을 느낀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 인사를 통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부를 전영현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강화했다.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하고 메모리사업부장까지 맡기며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관리하게 한 것이다. 

 

지난 10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전영현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HBM과 DDR5를 비롯해 고부가가치 반도체 개발에 집중해 다시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도 지금 삼성전자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받는 HBM을 바탕으로 고부가 가치 리더십을 계속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HBM4부터 16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비해 당사는 기술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48GB 16단 'HBM3E'를 개발 중이다. 내년 초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다음 세대 제품 생산 로드맵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양대규 기자 daegyu.yang@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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