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고려아연이 이차전지 원천기술에 이어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Hematite공법)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가로 추진한다.
앞서 하이니켈 이차전지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는 정부의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추가로 회사의 핵심 사업인 제련업 기술까지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아 향후 MBK 연합의 분할 매각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2건의 제련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총 13개 분야에서 76개 기술 목록이 지정돼 있는데, 해당 기술 2건에 대해 신규 지정을 요청한 것이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건의한 제련 기술은 구체적으로는 '가입 침출 기술을 활용한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Hematite) 제조 기술'과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이다.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 제조 기술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기술이다. 제련 과정에서 철을 잘 회수해야 이후 공정에서 아연,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을 효율적으로 뽑아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은 안티모니 금속 제조 과정에서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경제성과 효율성도 함께 높일 수 있다. 희소금속의 일종인 안티모니는 난연제와 촉매제의 주성분인 삼산화안티몬의 원료로 쓰인다.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이번 신청에 따라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 신규 지정 수요 조사와 의견 취합, 전문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최종 후보 기술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신규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 원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판정한 바 있다. 정부는 반도체와 원자력, 전기전자, 로봇 등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 및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다.
현재 산업부는 30나노(nm) 이하급 D램(DRAM) 기술,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포함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전기·전자 등 분야의 76개 분야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의 주력 사업인 제련 분야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것은 향후 MBK 연합의 해외 매각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려아연 측은 신사업인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아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에 매각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20조원에 육박한 고려아연의 몸집을 고려했을 때 국내에서는 인수 시도가 어렵기 때문에 MBK와 영풍의 투자금 회수가 난항을 격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MBK가 경영권 인수에 성공한다면 해외 매각이 까다로운 이차전지 신사업 분야를 떼어내고 제련업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사업 부문을 해외에 매각할 수도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추가로 아연과 안티모니 제련기술을 각각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은 신청서를 통해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희소금속인 안티모니의 특성과 중국의 안티모니 전략 자원화 정책 등을 감안할 때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고려아연의 기술을 통한 안티모니의 국내 생산이 국가 안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