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LG생활건강이 2023년 정기인사에서 차석용 전 부회장에서 이정애 사장 대표체제로 변경된 후 최근 발표한 2025년 정기인사에서 최소 폭의 임원 승진이 이뤄졌다. 미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이지만 그 안에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1일 LG생활건강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전무 승진 2명, 신규 임원 선임 3명 등을 포함한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전무로 승진한 임원은 CTO(최고기술책임자) 강내규 상무, CHO(최고인사책임자) 노도엽 상무다.
이외에 이홍주 더후마케팅부문장, 허형종 재경부문장, 하원호 Innovative Oral Health Lab 수석연구위원이 신규 임원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이번 임원 승진 대상자는 총 5명이다. 이전 2024년 정기인사에서 10명을 승진시킨 것에 비하면 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과거 LG생활건강의 인사이동 폭이 컸던 건 2023년 정기인사에서 이 사장이 대표로 선임되면서부터다. 이전 차 전 부회장이 10대 그룹 계열사 최고령, 최장수 전문경영인 대표로서 타이틀을 유지하다 용퇴를 결정했던 때다.
LG생활건강은 그 후임으로 이 사장을 택했다. 이 사장은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생활용품 분야에서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부터는 후, 숨, 오휘 등 화장품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LG그룹은 2023년 정기인사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고 전진배치하며 ’미래 설계‘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의 임원 승진은 이 사장을 포함해 총 3명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 교체에 따른 조직개편이 예정돼 있던 만큼 LG생활건강으로서는 2023년 정기인사에서 임원 승진 인원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심했던 만큼 임원 승진 축포를 이뤄내기도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의 재도약을 이뤄내기 위해 전략 부문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해외 시장확대에 역량을 집중했다. 2023년에 LG생활건강이 비바웨이브를 인수한 후 아시아 최대 뷰티시장으로 알려진 일본 색조시장 공략에 나섰던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2023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4분기 IR자료를 살펴보면 중국향 수요 약세로 뷰티 수익성이 하락했고 해외 구조조정 진행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정기인사에서 LG생활건강은 10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지만 해외 구조조정 등 요인이 반영됐고 영업환경이 코로나19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악화돼 있다는 점을 감안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025년 정기인사에서는 이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전에 비해서 임원 승진 대상자가 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에 따라 마케팅과 R&D 등에서 임원 승진을 이뤄냈지만 이외의 분야에서는 최소 폭의 인사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LG생활건강의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한 5조20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또한 4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면세점 채널에서 생긴 매출 부진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마케팅, R&D 등에서 글로벌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신규 선임했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제품 혁신을 이뤄내고 해외 사업을 보다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