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잡아라"...막오르는 금융권 '퇴직연금 갈아타기' 쟁탈전

등록 2024.10.30 09:57:19 수정 2024.10.30 09:57:29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작...증권사, 수익률 앞세워 유치 나설듯

 

[FETV=심준보 기자]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오는 3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금융권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기기 위해 매도 후 현금화한 뒤 재투자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상품을 그대로 이전할 수 있게 되면서 유치전도 뜨거울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현물이전 제도는 가입자가 기존에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 사업자(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를 옮길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400조원 규모로, 2033년까지 약 94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업종별로 은행권이 전체 적립금의 52.56% 비중으로 압도적이다. 이어 증권사와 보험사가 각각 24.13%, 23.3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퇴직연금은 은행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주를 이뤘으나, 실물이전 제도로 수수료 절감이 가능해져 증권사의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도입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더불어 금융사 간 경쟁을 촉진해 연금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시장의 유동성과 경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실적배당형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증권사의 DC(확정기여형)·IRP(개인형)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경우, 1년 평균 수익률은 7.11%로 선두였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자산 배분 전략과 주식형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여 고수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격적인 운용 전략이 높은 수익률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AI(인공지능)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실시간 투자 전략을 제시하며,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맞춤형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 성향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은 다양한 자산배분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테마형 인덱스와 맞춤형 투자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복안이다. KB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를 활용한 1대 1 맞춤형 컨설팅과 다양한 프리셋 상품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을 맞아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KB증권은 신규 이전 고객에게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기존고객과 신규 이전 고객에게 경품 제공 이벤트를 통해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다양한 자산배분형 인덱스와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하며 신규 고객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물이전 제도는 자산의 유동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중도해지를 막고 분산효과를 일으켜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을 여러 기업에 퍼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 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은 미흡하지만 2050년께 국민연금을 초과하는 최대 노후기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나경준 하나은행 연금더드림라운지 차장은 “퇴직연금은 당장 수익률이 좋은 상품으로 갈아타기보다는 장기간 운용·관리를 해줄 수 있는 금융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젊은 층의 경우 향후 20~30년 동안 퇴직연금을 운용해야 하는 만큼 지속해서 본인의 자산을 점검·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준보 기자 junboshim13@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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