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위기론'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위기론이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진짜 위기는 실적이 아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지금의 실적보다는 삼성전자가 가진 장점을 잃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적 자체는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회복되면 오히려 회복될 문제다.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로 보이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여전히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 상황이 예전 같지는 않다.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글로벌 2위인 SK하이닉스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지형에서 2위권을 달리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의 약진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런 2위 업체들에게서 현재 삼성전자가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단점은 시장 점유율은 1위지만,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으로 가장 좋은 제품에 사용되는 것은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이 중 5세대로 불리는 최신 'HBM3E' 제품에서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HBM3E는 현존 최고 사양의 제품이기에 엔비디아와 같은 주요 고객사들은 다른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게 가장 좋은 제품을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비디아가 채택한 HBM3E는 SK하이닉스다.
최근에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있다는 미국의 마이크론도 엔비디아에 자사의 HBM3E를 납품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최신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물론 '소비자 경험'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평가하는 최고의 스마트폰에 갤럭시 S24 울트라가 뽑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갤럭시 AI'라는 소프트웨어(SW) 혁신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몇 년 전부터 부족한 영역인 SW 영역의 혁신을 강조했고 드디어 일부 영역에서는 절대 강자인 애플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SW 혁신에 집한 탓인지 하드웨어(HW) 영역에서 혁신은 점점 뒤로 밀려가는 모습이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급하게 발표한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 스페셜 에디션(SE)의 경우 접었을 때 10.6mm의 두께로 기존 Z폴드 6 제품보다 1.5mm 더 얇게 출시됐다. 하지만 이는 중국 회사인 아너의 폴더블폰 매직 V3의 두께 9.2mm는 물론이며 샤오미가 최근 선보인 ‘믹스 폴드4’의 두께 9.47mm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무게도 두 제품보다 무겁다.
폴더블폰의 경우 접으면 부피가 커지고, 무게도 기존 스마트폰보다 무겁기 때문에 경량화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크다. 이런 얇고 가볍게 만들어야 하는 기술에서 삼성전자가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폴더블폰뿐만 아니다. 최신 삼성전자 갤럭시 S24 제품군이 벤치마크(Benchmark) 성능에서도 중국산 스마트폰에 뒤처진 결과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벤치마크인 안투투 V10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S24 울트라는 전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14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안전인증 전문기업 UL솔루션의 10월 3D마크 스틸 노마드 벤치마크 성능 순위에서도 삼성전자 갤럭시 S24는 15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만든 최고 사양 스마트폰이 1위는 물론이며 10위권에도 못 들어갔다.
그럼에도 전 세계 소비자들은 여전히 삼성전자 갤럭시 S시리즈를 선택할 것이다. 단순히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높은 퍼포먼스가 아닌 실제 사용자 경험에서 아직은 갤럭시가 중국 제품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소비자가 선택할 합리적인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메모리 용량과 같은 하드웨어 역량을 더 높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삼성전자 갤럭시 S시리즈의 성능이 계속 중국 제품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온다면 소비자들의 선택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SW의 혁신도 중요하고 원가절감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보다 높은 성능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다른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거나 먹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삼성전자가 잘하는 '하드웨어' 영역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