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롯데가 보는 일본 ‘시선의 변화’

등록 2024.10.18 09:10:18 수정 2024.10.22 10:57:28

 

롯데그룹에게 ‘일본’은 한때 곤혹스러운 단어였다. 지난 2015년 창업주인 신격호 고(故)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국적 논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롯데의 국적이 한국이냐 일본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이때 신 회장이 직접 나서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선언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롯데지주 설립과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당시 한국에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계열사는 호텔롯데였다. 그리고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광윤사로 이어졌다. 이를 끊어내기 위해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국내 계열사를 포진시키고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지분을 희석시키고자 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고 있지만 롯데지주 설립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내에서조차 ‘일본’은 금기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일어난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따른 영향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기류가 변화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롯데그룹은 국민 정서의 변화와 시대적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보면 신 전무는 2024년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선임이 됐다. 이후 호텔롯데 월드사업부(롯데월드)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협업한 ‘보노보노 팝업스토어’가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열었다. 롯데홀딩스와 협업한 행사라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9월 한‧일 롯데 식품사 경영진과 유럽 출장에서 신동빈 회장은 ‘원롯데 통합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한국 롯데’에서 ‘한‧일 원롯데’라는 타이틀로 변화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마쓰카 겐이치 롯데홀딩스 대표가 출장에 동행했다.

 

과거에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 간 지분 관계를 희석시켜야 하는 작업이 중점이었다면 이제는 협력을 통한 ‘원롯데’ 구축이 화두다. 다마쓰카 겐이치 대표는 10월 신 회장과 함께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가나 방문 후 다마쓰카 겐이치 대표는 일본으로 복귀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의 동경긴자점 그랜드 리뉴얼 오픈식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는 신 전무가 있었다. 일본은 더 이상 지워야 할 단어가 아닌 한국 롯데의 동행자로서 위치했다.

 

이러한 행보의 이면에는 신 명예회장의 지난 역사가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룹사를 경영한 ‘대한해협의 경영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무대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신 회장과 대를 이을 신 전무.

 

신 명예회장은 1950~1960년대 일본에서 손 꼽히는 식품회사로 성공을 거두고 1965년 한·일 국교가 정상화되던 때 국내로 눈을 돌렸다. 낙후된 고국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롯데제과 공장을 세웠다.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아나가던 때다. 

 

오너 2세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신 명예회장은 여전히 국내 경제계 1세대 '거목(巨木)'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올해 롯데그룹은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체질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 또한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전환기로 풀이된다. 

 

이러한 전환기에 신 회장은 '원롯데'를 향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 길 위에 오너 3세인 신 전무가 신 회장의 뒤를 쫓으며 미래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롯데벤처스는 롯데벤처스 재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한‧일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 교류를 통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2024 L-캠프 재팬 2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세대 글로벌 창업가 신 명예회장의 개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차원이다.

 

체질 개선과 재도약 그리고 변화의 시기. 글로벌 무대에 선 롯데에게 '대한해협 경영'은 이제 ‘통합’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는 중이다.



김선호 기자 fovoro@fetv.co.kr
Copyright @FETV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제호: FETV | 명칭: ㈜뉴스컴퍼니 | 등록및발행일: 2011.03.22 | 등록번호: 서울,아01559 | 발행인·편집인: 김대종 | 편집국장: 정해균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66길 23, 901호(여의도동,산정빌딩) | 전화: 02-2070-8316 | 팩스: 02-2070-8318 Copyright @FETV. All right reserved. FETV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