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찾아오는 비용 청구서,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3년 주기로 카드사의 적격비용을 산정해 책정된다.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 일반관리비,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이 고려된 최소한의 수수료 원가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지난 2012년이다. 정부는 과거 가맹점 협상력 차이 등에 따라 영세가맹점의 수수료가 높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공감, 여신전문금융법을 개정해 적격비용에 기반한 카드수수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시행, 총 4차례에 걸친 수수료율 재산정을 통해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우대가맹점 기준(연매출 2억원 이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12년 말 1.5%에서 2021년 말 0.5% 감소했다.
영세가맹점의 비용 경감이라는 정책적 목적은 성과를 거뒀지만, 총 4차례에 걸친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카드사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정부는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2019년부터 연매출 10~30억원 업체까지 포함됐다. 전체 가맹점 중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되면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로부터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업에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자, 카드론 등 대출 상품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 과도한 수수료 인하가 결국 소비자에겐 혜택 축소를 그리고 카드사의 경쟁력을 상실시키고 있다. 카드사는 카드수수료 지속 인하에 따른 신용판매 부문의 손실 보전을 위해 비용절감에 목을 매고, 이는 혜자카드 단종, 연회비 인상 등과 같은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호주 등 해외 주요국처럼 카드수수료 정책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근 환경 변화에 맞춰 카드수수료 규제정책을 변화고 있는 반면 정작 외국의 수수료 제도를 들여온 우리나라는 과거의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 카드수수료 체계의 모태가 된 호주는 카드결제비용 감소라는 정책 목적이 달성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2006년 이후로 적격비용 재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가맹점수수료에 개입하는 나라는 드물다. 가맹점 간 거래에 정부가 깊이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할 필요한 이유다. 가격은 시장 논리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합리적일 때가 많으며, 정부는 협상력의 불균형 등으로 형평성이 크게 훼손될 때에만 개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