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최근 은행권이 장기 은행채 발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역대급 규모로 순발행했던 지난 4월에 버금가는 규모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자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 규모를 늘려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은행채는 9조9498억원 순발행됐다. 은행들은 8월 3조2200억원 은행채를 순발행했는데, 한 달 만에 3배가량으로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이다.
은행채는 지난 6월 3조700억원 순상환된 후 7월 2797억원 소폭 규모로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8월에도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더니 지난달에는 10조원에 육박한 순발행액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4월(10조4996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올해 7월부터 LCR 규제 비율을 기존 95%에서 97.5%로 상향하겠다고 밝히자 은행들은 자금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3월 이어진 순상환 기조를 깨고 4월 한 달 만에 10조원이 넘는 규모로 은행채를 대폭 순발행한 바 있다.
이후 6월에도 은행채가 순상환되는 등 잠시 주춤하던 은행채 발행이 최근 다시 급증한 데는 여전히 폭발적인 주담대 수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담대 잔액은 574조5764억원으로, 전월(568조6616억원) 보다 5조9148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지난 7월(7조5975억원), 8월(8조9115억원)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한 모습이지만,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본격 시행된데다 앞선 7~8월 여러차례 주담대 금리가 인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치보다 높은 상승폭이다.
은행들은 고정금리 성격의 주담대 취급이 증가하고 주담대를 중심으로 자산 듀레이션(만기)이 늘어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듀레이션이 짧은 예금 유치를 통해 조달 확대에 나선 대신 은행채와 같은 장기물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채 금리는 주로 장기물을 중심으로 주담대 고정금리에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국내 금리인하 기조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장기물 수요가 이전보다 높아진 점도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을 부추겼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 정책 강화 전 이미 신청된 대출접수 건을 소화하는 과정이라 여전히 은행채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정기예금의 경우 대부분 1년 만기 예금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조달 측면에서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