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의 일과 삶

등록 2024.09.09 06:00:00 수정 2024.09.26 10:04:01

 

2017년은 인생 '100세 시대'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간의 주목을 이끈 서적이었던 린다 그랏튼(Lynda Gratton)과 앤드류 스코트(Andrew Scott)의 공저인 ʻ라이프 쉬프트(Life Shift)~100년 인생전략ʼ의 발간을 계기로 ʻ인생 100년ʼ이라는 말은 하나의 유행처럼 확산됐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ʻ그만큼 오래 살 수 있는 시대가 올까ʼ라고 다소 의아한 의사를 표시하는 한편, 동시에 ʻ어떻게 100년을 살아가면 좋을 것인가ʼ라는 불안감을 갖기도 했을 것이다. 

 

불안감을 갖게 된 최대의 요소는 아마도 일생에 걸친 ⌜경제기반⌟의 확보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령기에 저축한 돈을 쓰기만 해 나간다면 언젠가 없어지게 되어 돈에도 수명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바라는 생활을 계속해 나가자면 경제기반의 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ʻ어떻게 계속 일을 해 나갈 것인가ʼ가 개인이나 사회로서도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제에 대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관계자도 논의를 거듭해 왔을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ʻ앞으로의 젊은이들이 보다 낫게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로서 어떠한 대응이 필요한가ʼ를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의 노동시장을 예측하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연금제도(연금지급 개시 연령 조정)나 정년 제도의 상황이 바뀔지도 모른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이 담당할 일이 한정되어 산업구조도 크게 변할지 모른다. 언어의 장벽 허물기가 진행되어 외국인과의 협력 노동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노동시장 전체가 기업에 취직하는 것에서 ʻ직능별 노동시장ʼ에 취직하는 쪽으로  이동할지도 모른다. 이에 한정되지 않고 미래의 변화 요소는 다양하게 있으며 미래의 노동시장을 납득할 수 있도록 예측하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먼저, 연령에 관계없이 실업을 염려할 가능성이 적은 풍부한 노동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또한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에 도전하는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나아가 자택이나 자택 부근 등 일하기 편한 환경에서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등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지역의 발전 내지는 젊은이들의 정착(거꾸로 도시로부터의 유입)을 위한 관점에서 그 지역밖에 없는 매력 있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 농장(AI나 사물인터넷을 구사한 농업) 등 지역의 실정에 맞는 발상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부업이나 겸업(듀얼 워크)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젊은층의 미래 가능성을 넓히는 일이 될 것이며, 경제기반의 확보를 위한 자기방어책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또한 텔레 워크나 사무실 공유를 지역 안에서 충실히 해 나가면 직장과의 거리 제약 없이 노동환경이 정비돼 일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한 사람이 복수의 기능을 가진 업무를 영위하는 것이 아니고, 업무 별로 그 업무를 잘 하는 사람이 담당하는 소위 ʻ모자이크 형태 취업환경ʼ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 이는 기업을 횡단하는 형태로 개인이 지닌 강점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말하며, ʻ직능별 노동시장ʼ의 형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시장의 형성은 노동시장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넷째, 일하는 방법의 자유스러움이 향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ʻ일하는 보람ʼ을 우선하는 젊은층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때 ʻ하고 싶은 것을 보다 용이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ʼ인 점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ʻ젊은층의 창업 지원 제도ʼ를 충실히 하는 것이며, 경험 많은 시니어가 그 창업을 지원하는 점도 바람직할 것이다.

 

다섯째, 정부나 지자체가 인생 100세 시대에 검토해 나갈 과제로서, 평생에 걸쳐 교육과 취업을 교차해서 영위해 가도록 권장하는 교육시스템이나 인생 100년을 전제로 한 ʻ라이프 디자인 교육ʼ을 지역별로 육성해 나간다. 그러면 젊은층의 미래 가능성을 넓히는 것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론적인 얘기에 그쳤지만, 앞으로 젊은층이 인생 100년을 보다 안심하고 일하는 보람을 갖고 활약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러한 노동환경 조성은 행정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소수의 기업이 대응해서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ʻ일한다ʼ라는 의미나 방법에 관한 문화나 가치관을 바꾸어 나가는 크나 큰 도전이다. 지역주민을 포함한 모든 관계자가 하나가 되어 ʻ미래를 향한 지역 만들기ʼ의 일환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생 100년 시대를 불안이 아닌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각 지역 또는 사회 전체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해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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