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소셜커머스 티몬·위메프 이대로 추락하나

등록 2024.07.25 10:08:40 수정 2024.07.25 10:08:51

1세대 소셜커머스 티몬·위메프, 큐텐 인수 당시부터 ‘자본잠식’ 상태
큐텐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정산 해결” 약속했지만 피해 눈덩이
머스업계에선 “쿠팡만 살아남을 것” 전망하는 목소리 팽배

[FETV=박지수 기자] 1세대 소셜커머스(공동구매) 기업으로 출발한 티몬·위메프가 생존 기로에 놓였다. 티몬·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자(셀러) 대금 정산 지연 사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면서다. 티몬·위메프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큐텐(Qoo10)그룹 산하 계열사다.

 

업계에서는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무리하게 몸집을 불린 탓에 벌어진 불상사라는 시각이 지배적다. 구 대표가 큐텐 그룹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스닥 입성을 위해 짧은 기간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나선 탓이라는 평가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추정 피해자와 피해 규모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결제 추정액을 근거로 추산할 때 피해 규모는 최소 1000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티몬·위메프의 월간 이용자 수는 900만 명으로 거래액만 1조 원에 달한다.

 

구 대표는 국내 첫 오픈마켓 G(지)마켓 창업자다. 큐텐은 구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이커머스 기업으로 구 대표는 2009년 미국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한 뒤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세웠다. 구 대표는 올해 하반기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지난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했다.

 

구 대표는 이를 신호탄삼아 지난해 3·4월에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 올해 2,3월엔 AK몰과 글로벌 플랫폼 위시까지 연달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는 나스닥 상장에 번번이 실패했다. 구 대표는 과거 G마켓을 키워 나스닥에 상장시켜 이베이에 매각한 실력자다. 구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G마켓 성공신화'의 주역이다.

 

문제는 티몬·위메프의 경우 인수 당시 갚아야 할 빚이 자본보다 큰 ‘자본잠식’ 상태였고, 줄줄이 인수한 업체들도 재무 상태와 수익성 등이 신통치 않았다. 현재 두 회사의 합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9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특히 티몬은 지난 4월 말 제출해야 할 감사보고서도 아직 내지 못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으면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뜻한다.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티몬·위메프 자금까지 끌어다 쓰면서 큐텐의 현금 유동성은 더욱 악화했다. 업계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큐텐이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몸집을 불린 뒤 돌려막기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큐텐은 앞서 티몬·위메프를 인수할 때는 지분 교환 방식을 택했지만, 위시를 인수할 때는 현금 약 2300억 원을 동원했다. 그동안 큐텐은 긴 판매자 정산 주기를 활용해 버텨왔다. 티몬·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보관했다가 최대 2개월 뒤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위메프는 상품 판매가 된 달 말일을 기준으로 두 달 후, 티몬은 40일 이내 정산을 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G마켓·옥션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체로 구매 확정 다음 날에 판매 대금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해 긴 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객이 결제한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기 전 운영자금으로 끌어 쓰다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큐텐 그룹 유동성 부족 사태는 계열사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큐텐 그룹 계열사 위시플러스(Wish+)와 위메프에서 지난 8일 발생한 정산 지연 사태에서 촉발됐다. 위메프는 전산 시스템 오류였다며 당초 12일까지 모든 부분을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산 지연된 판매자에게 연이율 10%의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정산 지연 사태는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티몬으로까지 번졌다. 티몬·위메프는 논란이 계속되자 결제 대금을 보관하지 않고 제3의 금융 기관과 연계한 ‘에스크로’ 방식 정산 시스템을 다음 달 중 도입하겠다고 했다.

 

티몬·위메프의 현재 상황은 악화일로다. 티몬·위메프는 현재 신용카드 거래가 불가능하다.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되자 결제 승인·취소를 대행하는 PG사(결제대행업체)는 전날부터 기존 결제 건에 대한 취소, 신규 결제를 모두 막은 탓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신규 결제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위메프·티몬으로부터 환불도 제때 받지 못하게 됐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대표 여행사들은 차례로 발을 빼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들은 티몬·위메프에서 팔던 여행상품을 대부분 삭제하거나 잠정 중단했다.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업체들은 티몬과 위메프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앞서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며 내용증명 전달을 완료한 상태다.

 

대형 유통플랫폼들 역시 일찌감치 판매를 중단한 실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9일 티몬·위메프에서 철수했다. 현대백화점, GS리테일, 신세계, CJ ENM 등도 모두 티몬·위메프에 입점했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현대홈쇼핑·신세계라이브쇼핑·공영홈쇼핑·GS홈쇼핑·CJ온스타일·SK스토아·홈앤쇼핑 등 TV·데이터 홈쇼핑 업체들도 모두 상품을 내렸다. 

 

이에 소비자 불안과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에서 항공권, 숙박권, 렌터카, 각종 티켓, 여행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여행사 등으로부터 취소 안내 또는 재결제 요청을 받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이 상품 인도를 거부하고, 티몬에서 구매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티몬·위메프에서는 환불이 모두 막힌 상태다. 고객센터에 연락해 환불 계좌를 적고 기다릴 수 밖에 없지만 현재 고객센터에 사람이 몰려 그마저도 쉽지 않다. 

 

주요 은행마저 등을 돌렸다. 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티몬·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실행을 일시 중단했다. 선정산대출은 온라인마켓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물건을 판매한 뒤 온라인마켓으로부터 정산되지 않은 금액)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온라인마켓으로부터 정산금을 대신 받아 자동으로 상환하는 구조다. 

 

사태가 계속 악화하자 티몬·위메프 직원들 사이에서는 임금 체불은 물론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제2의 머지사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는 쿠팡과 함께 2010년대 초반 출발한 소셜커머스 기업이다. 소셜커머스 업체였던 쿠팡은 2014년 3월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유통업계 지형을 바꿨다. 쿠팡은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업계 1위다. 업계에서는 “오픈마켓은 쿠팡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박지수 기자 kjh_562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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