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악재인데...우리금융 팔고 카뱅 사는 개미들, 왜?

등록 2024.07.25 10:23:44 수정 2024.07.25 10:49:56

 

[FETV=권지현 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은행주(株) 우리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를 두고 개인투자자로 불리는 개미들이 다른 행보를 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각각 '횡령 '대주주 리스크' 등의 악재를 맞았지만 개미들은 이들에 대해 엇갈린 선택을 내렸다. 우리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는 KB·신한·하나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와 달리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밑돈다.

 

◇ 카카오뱅크, 대주주 변경 가능성은 도리어 '싸게 살 기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지 이틀째인 24일 종가 2만400원을 기록했다. 구속 전날이던 지난 22일(2만1100원)보단 3.32%(700원) 내렸지만, 당일인 23일(2만300원)과 비교하면 0.49%(100원) 올랐다. 25일 오전 현재 2만5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투자자별 거래실적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23~24일 카카오뱅크를 가장 많이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한 투자자는 개인이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140억원을 들여 66만5887주를 순매수했다. 카카오뱅크가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으로 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이들 선택은 이례적이다.

 

아직 조사 단계지만, 김 위원장이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카카오는 대표나 관련자가 법을 위반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兩罰)규정에 따라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6개월 안에 모두 매각해야 한다.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카카오는 현재 지분 27.1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0%를 뺀 17.16%가 시장에 나올 경우, 주식 가치는 현재 시가총액(9.7조원) 기준 1.7조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 카카오뱅크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한때 3만원을 넘어섰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현재 2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관련 이슈로 주가는 연저점까지 하락했다"며 "최근의 조정은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는 연말 사업자 비대면 담보대출 출시할 예정인데, 차주 특성상 금리에 민감하고 비대면의 편리함 덕분에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우리금융지주, 증권업 진출에도 '자본력'에 매수 망설여 

 

개미들은 반대로 우리금융지주 주식은 내다팔았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0일 저녁, 핵심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지방 한 지점에서 100억원대 대출금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2년 700억원대 대규모 횡령 사고가 터진 지 불과 2년 만인 데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내부통제 강화' 목소리를 낸 이후 터진 사고여서 파장이 컸다. 

 

이달 24일 우리금융지주 종가는 1만4670원으로, 6월 11일 종가(1만4100원)보다 4.04%(570원) 올랐다. 25일 오전 현재는 전일 종가보다 소폭 내린 1만461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사고 적발 이후 24일까지 우리금융지주 주식 154만2984주를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 240억원가량을 시장에 내놓았다.  

 

우리금융이 내달 1일 10년 만에 증권사를 품에 안게되는 데다 보험사 인수합병(M&A)도 꾸준히 검토하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 적극 노력하고 있으나, 개미들에게는 아직까지 금융사고를 뛰어넘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주식으로 다가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대형 금융그룹들이 경쟁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금융권 최초로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한 KB금융은 이달 23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월 3200억원 규모에 이어 추가로 4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고 밝혔다. 물론 자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KB금융의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59%로 13%를 넘어섰다. CET1은 주주환원의 기초가 되는데, 대형 금융지주들은 안정적인 자본활용을 위해 주주정책을 세울 때 'CET1비율 13%'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12.0%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CET1비율이 12% 내외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주주 환원 측면의 업사이드(Upside)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 검토 등 비은행 M&A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총 주주환원율은 점진적 확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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