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 첫 발 디뎠지만...

등록 2024.07.22 06:00:00 수정 2024.07.28 20:21:35


가상자산(암호호폐)을 직접 규율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지난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이 처음으로 시행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위믹스 코인 상장폐지 등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장 신뢰도 빠르게 추락했다. 가상자산법은 지난해 7월18일 제정됐고, 이후 시행령 등 하위 규정 마련 등 약 1년의 준비를 거쳤다. 가상자산법은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 거래 행위로부터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2013년 7월 코빗이 국내에 처음으로 가상자산거래소를 설립한지 11년 만에 관련 법이 마련된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43조6000억원으로 1년 전(19조4000억원)보다 1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객 확인 의무를 이행한 실거래자 수도2.7% 늘어난 645만명에 달한다. 645만명은 우리나라 20~49세 인구 2070만명(행정안전부 2023년 말 기준) 중의 31.2%에 이른다. 암호화폐 투자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단기간에 쉽게 고수익을 낼 수 있어 많은 젊은 직장인들이 도전하고 있다 실제 30대와 40대를 합한 비중(58.2%)은 60%에 육박한다. 29세 이하 이용자도 18.2%에 달한다. 대법원은 2018년 5월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정의하며 몰수 대상으로 인정했다. 

 

법 시행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코인 거래소)들은 이용자가 계좌에 넣어둔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용료(이자)로 지급해야 한다. 코인 거래소는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이 어려운 전자지갑)에 분리해 보관해야 하며, 해킹·전산장애 등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이 밖에도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늘 감시하고, 불공정 거래가 의심되면 금융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불공정 거래로 5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경우, 최대 무기징역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벌금으로는 부당이득의 3~5배를 내야 한다.

 

가상자산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자율규제안에 '이상거래 상시감시 모범규정'과 '표준 광고규정'을 제정했다. 지난해 6월 공개한 ‘표준 내부통제기준’ 또한 법 시행에 맞게 일부 개정했다. 여기에 이용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캠페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업비트는 '투명성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했고, 빗썸은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제' 운영과 '시장감시위원회' 출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용자 보호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법만으로는 이용자를 충분히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사업자의 영업행위, 발행·공시 등 여전히 가상자산 규제 사각지대는 남아 있으며, 이는 가상자산 불공정거래의 조사에도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한계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는 2단계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건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한층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가상자산 규율법은 가상자산법과 더불어 업권법까지 입법되도록 계획됐다. 1단계 법안은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고, 조속한 입법을 위해 민감한 사안은 2단계 법안으로 미뤄놨다. 2단계 법안에는 가상자산 발행과 상장, 상장폐지, 공시 등 관련 업체의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 토큰증권발행(STO)이나 가상자산공개(ICO) 등의 내용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와 발행업자, 평가업체 등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등의 방법으로 입법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시작’ 이다. 금융 당국은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1단계 법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좀더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2단계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 규칙이 명확하고 엄정하게 집행될 때 이용자들은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정해균 편집국 경제부장
 

 



정해균 기자 chung.9223@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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