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정년연장의 단상

등록 2024.07.15 06:00:00 수정 2024.07.24 11:22:28

 

우리나라는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도 고령화에 대비해 현재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2023년부터 논의해 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사회의 문제와 함께 생산인구 감소와 평균연령 증가로 인한 국민연금 고갈 문제 등 고령자 고용이 최근 더욱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고령자 고용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법정 정년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반면에 노동자 측은 강력하게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해결점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

 

법정 정년연장과 관련해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과제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로, 정년연장 사회적 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문제는 청년 고용과 관련한 문제이다. 2024년 5월말 기준 청년고용률이 약 47%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 세대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ʻ정년연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ʼ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의 비중과 고령층의 비중을 비교한 결과 고령층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청년층의 비중은 0.8%포인트 감소함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취업 비중 기준으로 보면 청년층과 고령층이 노동시장에서 대체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로, 정년연장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안정적인 노후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단순히 기업과 근로자만의 과제로 보아서는 해결될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개혁 문제도 같이 얽혀 있어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현재 법정 정년인 만 60세에 퇴직할 경우 직장을 은퇴해서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는 소득이 없는 기간이다. 올해로 63세인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5년에 한 살씩 높아져 2028년에 64세, 2033년에는 65세가 된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소득 공백이 5년간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정년연장과 국민연금 개혁을 연계해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정년과 연금개시연령을 맞추되 연금개시 시점을 늦추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독일은 정년과 연금개시연령을 67세로 올리기로 했고, 일본은 65세 고용을 의무화 하고 있으면서 연금개시연령을 65~75세 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10년간 논의한 끝에 올해부터 정년과 연금개시연령을 각각 67세로 늘려 시점을 맞추었다.    

 

셋째로, '정년제' 유지·폐지에 관한 문제이다. 국민연금을 받을 고령 인구는 늘고 있는데 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생산인구는 줄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가 현행 과제를 반영하지 못하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ʻ정년제 폐지ʼ와 ʻ연금개시연령의  상향ʼ을 권고했다. OECD는 2024년 초 일본에 대해서도 2년마다 발표하는 ʻ일본 경제심사 보고서ʼ를 통해 정년제 폐지와 연금개시연령 인상 등이 필요함을 권고했다. 생산 현장의 인력부족 현상을 채우기 위해 고령 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ʻ정년제ʼ가 운영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정년제를 연령차별로 보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고, 반면에 일본은 기업이 근로조건 변경 없이 65세까지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경우 비용부담이 큰 만큼 60세에서 근로관계를 청산한 후 70세까지 고용을 담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조사로는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기업은 2023년 시점에서 41.6%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대형 금융기관에서도 정년을 70세까지 늘리기로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는 고령사회 대응을 위해 고령자 계속고용으로 논의를 추진해 왔다.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해 재고용,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제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계속고용제도는 정년을 채운 뒤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정년 연장 ·폐지와 함께 재고용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정년부터 국민연금 수령까지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반면 기업들은 당장 정년을 연장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 등 임금 체계 개편 없이 고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고령사회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국가들은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65세 정년을 의무화했던 일본은 각 기업에 70세로 정년을 늘리는 노력을 해 달라고 권고했고, 중국도 2025년부터 점진적 정년 연장에 들어간다. 독일은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스페인도 2027년까지 67세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74년생)까지 본격적으로 은퇴시기에 진입하고 있다.

 

법정 정년연장의 사회적 과제는 청년층과 노년층 모두를 고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령자 고용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서로 유리한 부분만 주장해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지금이야말로 관계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얼굴을 맞대고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때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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