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지수 편입 무산...민낯 드러난 한국 자본시장

등록 2024.06.24 06:09:08 수정 2024.07.22 14:02:22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만 하루 사이에 한국 증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코스피가 2년5개월 만에 2800을 넘어서며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분 것도 잠시, 수년간 노력했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 선진국(DM) 지수 편입이 또 무산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적용된 공매도 금지 조치로 시장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공매도 금지를 단행한 것이 자본시장 선진화에 역행한다고 본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민낯이 다시 한번 확인 된 셈이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정적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게 해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다.

 

MSCI 지수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MSCI 바라사가 작성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대형 펀드들의 주요 운용 기준으로 활용된다. MSCI는 자산배분 벤치마크 톱티어이다. 이 지수의 등급이 곧 전세계 투자자들이 매긴 각국 자본시장 수준이다. MSCI는 매년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시장, 신흥시장(이머징마켓), 프론티어시장, 독립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이스라엘, 홍콩 등 23개국의 증시가 선진시장 지수에 편입되어 있다. 한국은 중국, 인도, 대만, 브라질 등 24개국 증시와 같은 신흥시장에 포함돼왔다. 2008년 선진시장 승격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바 있으나 실패했고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됐다. 반면 다우존스지수, S&P지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의 선진지수에 모두 편입돼 있다. 

 

한국은 MSCI 선진시장 진입을 위해 수년간 노력했지만, 신흥시장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신흥시장(EM)으로 분류되면서 MSCI 지수에 편입됐고, 2008년 선진시장으로 승격 가능한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실패했다.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 2015년, 2022년 등 정부는 선진국지수 편입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 제조업 수출액 기준 세계 5위다. 반면 한국 증시는 오래전부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고,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에서 원화로 결제된 비중은 각각 2.3%, 6.1%에 불과하다. 한국은 경제 규모나 시장 규모의 경우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요건을 모두 만족한 상태다. 다만 이번 처럼 주식시장 접근성에 대한 평가가 선진국 편입 요건에 미달해왔기 때문에 매번 선진국 진입이 좌절돼 왔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은 국내 증시로 외국 자본 유입효과가 발생하는 이점을 갖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최대 360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순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MSCI 선진 지수 편입 불발에 대한 아쉬움이 큰 이유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부분 세계 시장에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도 엇박자를 내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올라야 한다. 한국 증시는 올해 후보군에 들지 못하면서 내년 6월 후보군 편입을 다시 노리게 됐다. 다만 정부가 내년 3월 말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한다고 밝히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금융당국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정책 목표는 아니지만,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계속 제도 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을 보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한국 영화사상 첫 천만 관객 영화 ‘실미도’에서 배우 설경구가 던진 최고의 명대사다. 정부에게만 MSCI 지수 편입 불발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부인 못한다. 상황을 냉철히 판단과 정책 추진으로 국가 발전을 책임지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정부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정부는 잘 준비하고 실력을 갖추길 바란다. 경험은 좋은 선생이다(Experience is a good teacher)'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겪고도 깨닫지 못하면 멍청이라는 뜻이다. 이번 MSCI 선진지수 편입 불발이 향후 정부의 금융정책 추진에 소중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

 

 

정해균 편집국 경제부장
 

 



정해균 기자 chung.9223@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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