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522/art_17169442721505_bf409b.jpg)
[FETV=박지수 기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하고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을 맞았다. 전공의 집단사직과 이탈이 100일간 지속되면서 제약업계는 적신호가 켜졌다. 의료 공백 상태가 장기화로 원내(병원내) 처방 의약품 매출이 급감한 데다 임상시험이 지연되는 등 제약사로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반발로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이탈에 나선 지 이날로 100일이 됐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 근무하던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뒤 다음 날(20일) 줄줄이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100일간 지속되면서 이 여파는 제약업계로 번졌다. 특히 전공의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외래진료가 축소되자 병원을 찾는 환자까지 줄어들었고 이는 처방약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환자가 줄자 병원과 약국이 재고관리를 위해 발주를 축소하는 탓이다. 여기에 수술과 입원까지 줄면서 마취제·수액·진통제 등 원내 필수 처방 의약품 공급량도 줄었다. 제약사 전문의약품 매출은 원내처방과 원외처방 비율이 2대8 정도다. 실제로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 중 한 곳의 상급종합병원 의약품 발주량은 집단사직 전보다 20~3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항암제나 희귀의약품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항암제나 희귀의약품의 경우 수가가 비싼 탓에 상급종합병원을 위주로 원내 처방이 이뤄진다. 임상시험에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임상시험은 상급종합병원을 위주로 진행되는 데다 참여자 모집부터 시작해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다. 임상시험 참여자는 병원에 주기적으로 내원해 의사와 약물 효능 평가를 위한 면담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가 모두 환자 진료에 투입되면서 임상과 관련된 연구가 중단된 곳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제약업계가 의료 공백에 따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긴 하지만 올해 1분기 나름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에서는 통상 상급종합병원은 제약사와 분기 또는 반기별로 기간을 정해 의약품 공급계약을 맺기 때문에 전공의 집단사직 영향이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사 매출 상위 5곳의 1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동기 대비 0.4% 증가한 43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한미약품이 전년 동기 대비 11.8% 오른 4037억원의 매출을 냈다. 뒤이어 GC녹십자(3568억원), 종근당(3535억원), 대웅제약(2966억원) 순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이후가 매출 감소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형 병원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제약사 영업사원의 병원 출입을 금지하는 등 영업 활동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환자들이 개인병원에 가면서 매출 타격을 상쇄해 주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라며 “대형 병원 바로 앞 약국 매출은 전국 상위권인데 처방약 감소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