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혜택은 잘 모르겠고 그냥 귀여워서 받았어요"
모 카드사의 캐릭터 카드를 발급받은 20대 고객의 얘기다.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카드로도 나와서 일단 발급부터 받았다고 한다.
최근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내놓고 있는 카드사의 캐릭터 카드가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기존 카드 디자인에서 벗어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하는 이른바 캐릭터 등을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선착순 발급 방식으로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동물, 만화 주인공 등을 활용한 캐릭터 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캐릭터 카드 출시 당일 발급량이 몰려 홈페이지 접속량이 급증하거나, 완판되는 경우도 흔하다.
고객들의 카드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본인이 필요로 하는 혜택 등이 포함됐는지 따졌다면, 지금은 플레이트(겉면) 디자인만 보고 카드를 발급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플레이트가 디자인 때문에 카드를 발급받은 경험은?' 이라는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총 1239명의 응답자 중 832명(67.2%)이 '디자인'이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캐릭터 카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카드를 발급 받아 쓰지 않는 '휴먼카드'도 급증하고 있다. 작년 말 국내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누적 휴먼카드는 1293만장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에 비해 161만장 더 늘었다.
카드사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업계는 "캐릭터 카드를 패션 아이템 개념으로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 보니 실질적으로 사용보다는 소장용으로만 발급받으려는 수요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캐릭터 카드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MZ세대 유입 효과다. 업계는 카드 경험이 부족한 MZ세대들이 캐릭터 카드로 입문해 카드사의 충성고객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캐릭터 카드 주 발급 고객은 10~30대로 알려졌다.
캐릭터 카드의 인기몰이를 보며 카드사별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고객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며 “이렇게 좋은 혜택은 이 카드에만 있어요”라고 고객에게 매력을 어필했다면, 지금은 “이 카드 귀엽죠?”를 앞세워 고객을 유인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휴먼카드 급증이 소장용으로만 발급받는 소비자의 선택에 있지만, 이를 유도하는 카드사의 책임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