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챗GPT 시대에 살아남는 인간 유형은 두 가지뿐입니다. 머신러닝인 인공지능(AI)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해 챗GPT의 진화를 돕는 인간 혹은 챗GPT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공감 능력을 보유한 인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출현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래 글로벌 톱이슈는 챗GPT의 등장인 듯하다. 작년 초 한 유튜브 채널에서 AI 전문가가 말한 위 '두 인간 유형'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은행 출입기자로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꽤 오랫동안 물어도 보았다, "이 두 인간 유형에 따르면, 결국 챗GPT 시대에 은행이 살아남는 방법은 금융소비자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것 아니겠어요?"
정보량이 많아지면 생활은 윤택해질까. 질문 범위를 좁혀, 은행이 언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더 알게 될수록 금융소비자는 행복해질까. 이르면 이달 말 시중·지방·특수·외국계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국내 18개 은행은 지난해 수익·비용, 금리, 보수, 사회공헌, 배당 등 경영현황이 담긴 '2023년 경영현황 보고서'를 일제히 공개한다.
당초 은행들은 4월 말까지 은행연합회와 각사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등재할 계획이었으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제출이 연기됐다. 은행연합회 담당 부서 관계자는 늦으면 내달 공개될 수도 있다며 정확한 시한을 알려주지 않았다. 모른다는 얘기다. 관심이 꺼졌다는 방증이다.
작년 11월 처음으로 공개된 2022년 버전 '은행 경영현황 보고서'에서 수많은 기사를 배출한 항목은 '임직원 퇴직소득 상세'였다. 많게는 5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고작 반 페이지 짜리 은행 임직원 퇴직소득 자료를 보며 많은 이들이 '작고도 소중한 나의 퇴직금'과 비교했을 터였다. 하지만 올해는 '2022년에는 퇴직금으로 00억원을 받은 은행 임원들이 2023년에는 과연 얼마나 받았을지' 궁금해하는 금융소비자가 감히 단언컨대 '없다'. 당초 지난달 말로 예정된 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기사 한 줄 나지 않은 이유다.
금융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다른 말로 해보자. 어떤 은행이 살아남을까. 앞서 언급한 '두 인간 유형'에 따르면, '정보 공개를 많이 하는 은행'은 답이 아니다. '고객에 공감하는 은행'이 답이다. 소비자에게 공감은 '감동'이다. 각 사람을 수단이 아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로 승화시킬 수 있는 용기 있는 은행만이 감동을 줄 수 있다.
경영현황 정보공개 필요하다. 다만 공개가 더 시급한 것이 있다. 지난 1년간 고객 감동을 위해 은행들이 어떠한 '기똥찬' 상품·서비스를 내놓았는지. 가족끼리 도란도란 모여 각자의 '은행 감동 경험'을 나눈다면, 소비자들은 필연 다음번에도 내 언니 오빠의 색다른 금융 경험을 궁금해하지 않을까. 때마침 가정의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