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허지현 기자]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드라마 강국으로 자리 잡아왔다. 기자 또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드라마를 즐겨 보는 시청자중 한 명이다. 그 중에서도 '재벌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자극적인 소재다. 고전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재벌 이야기'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기자 가족이 한때 즐겨 봤던 일일드라마가 있었다. 재벌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쓰레기 같은 짓을 서슴치 않는 '친자'와 핏줄은 아니지만 능력 있으면서도 도덕성까지 겸비한 '양자'가 후계자 자리를 두고 싸우는 내용이 나온다. 보통 드라마상 재벌 승계는 핏줄간에, 혹은 핏줄과 타인간의 물고 물리는 진흙탕 싸움을 다룬 내용이 많다. 흔히 말하는 '막장드라마'다. 기자는 자신의 핏줄을 이은 친자식을 사랑하지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후계 자리를 친자에게 주지 않는 드라마속 회장의 감정선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형제·자매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윗 사람의 옷이나 신발, 가구 등을 물려 받아 써 본 경험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부모의 유산도 자식들이 상속 받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관습중 하나였다. 기자는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이걸 '당연하다'고 생각할까?
한국식 '오너 경영'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빠르게 일궈낸 성공 비결로 꼽힌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일각에선 핏줄로 대변되는 가업 승계가 100년, 200년 기업을 향한 지속 성장의 필수 조건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K-승계의 판도도 바뀌는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이어져오던 후계 승계가 이제는 당연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기업 승계 속 가장 큰 문제점은 '자질'이다. 막장드라마 속에 재벌들의 기업 승계를 다루는 소재가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건 기업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마이너스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능력이 없어도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업을 물려 받는 부당함의 소리가 하나의 드라마로 탄생한 느낌이다.
최근 기업 경영은 '오너 2세'를 넘어 '오너 3세'까지 범위가 확대되며 그 경계가 더욱 뚜렷해지는 추세다. 오너 3세중 일부는 가업을 잇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쫒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찾아 새로운 길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따로 두고 경쟁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분은 자녀에게 넘기되 운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메스컴에 나오는 각 기업의 오너들은 "자식이어도 노력해야 경영권을 얻을 기회가 주어진다"며 자식들의 부단한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 기업의 승계를 바라 보는 제3자의 눈도 소비자라는 가장 큰 존재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이처럼 경영 승계를 둘러사고 나타나는 변화가 한국 기업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하는 물꼬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