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지수 기자]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기자는 이같은 소리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고물가 상황을 빗댄 서민들의 푸념 섞인 우스갯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볼멘 소리가 무성하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모인 지인 4명과 함께 고깃집에 간 기자는 고기 8인분과 소주 2병, 맥주 4병, 콜라 한 캔을 시켰다. 결제 포스기에 찍힌 금액은 30만원이 훌쩍 넘었다. 금액을 보니 ‘일시불’로 결제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결국 저녁 한 끼에 2개월 ‘할부’를 이용했다.
2차로 간 술집에선 생맥주와 하이볼, 그리고 안주로 먹태와 카나페를 시켰다. 다음날 정신을 차린 후 카드 영수증에 찍힌 모든 금액을 더해보니 총 36만 7000원. 금액을 보니 기분 탓인지 쓰린 속이 더 쓰렸다.
4·10 총선이 끝난 지 20일이 지난 지금 식품·외식업계는 마치 손발이라도 맞춘듯 일제히 상품 가격을 올렸다. 그동안 총선이 끝나기만을 기다린 것처럼 가격 인상 행렬은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업체들 역시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통상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선두 업체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 후발 업체들도 다소 시간차를 두고 가격을 올리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누가 먼저 가격 인상 총대를 멜 것인가”를 두고 서로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그런데 최근 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업체들이 무슨 일인지 줄줄이 가격 인상 시기를 미루고 있다. 가격인상 행렬이 예상되자 정부 당국이 ‘가정의 달’을 이유로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탓이다. 결국 기업들은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격인상을 포기한채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찍어 누르기 식’의 가격 통제가 당장은 효과가 있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치솟은 데다 러·우 및 이‧하 전쟁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급등발(發) 가격 인상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정부에 의해 억눌렸던 가격 인상 요인들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가격인상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원재료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을 두고 기업만 탓한 순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며, 최상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장기적인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고물가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