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는 TV시장 프리미엄화 문제 없을까

등록 2024.04.04 14:39:19 수정 2024.04.04 16:05:37

[FETV=허지현 기자] 기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과거에는 각 집에 TV가 한 대씩은 꼭 있었던 시절이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만화 채널을 보기 위해 뛰어서 집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집에 오면 숙제나 해야할 일을 미룬 채 TV 앞을 떠나지 않아 많이 혼나기도 했다. 오죽하면 '맨날 보고 있음 바보가 된다'는 잔소리가 '바보상자'라는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별명으로 남을 정도다. 그 때의 TV는 지금처럼 기능이 풍부하거나 예쁜 디자인의 TV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가격과 크기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친숙한 물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를 보자. 대한민국 TV 시장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의미있는 변화를 이어왔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OTT의 영향력 확대로 스마트폰 이용량이 증가하면서 TV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심지어 TV가 없는 가정도 허다하다. 경기의 불황이 지속 되고, 소비자들의 곡소리 또한 여전한 상황. 그런데도 TV 시장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초대형 TV 시장의 위상을 더욱 강화시키겠다고 모양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지난해 TV 시장은 글로벌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출하량이 줄어들었음에도 기업들은 프리미엄 중심과 초대형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공략해 나갈 것이라 말하고 있다. 정작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는 어려운 경기에 맞춰 '가성비' 위주의 소비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결국 소비자는 프리미엄이 아닌 가성비를 선택하는 결정을 내린다. 고품질·고품격 제품을 경험하기 위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프리미엄 TV 시장'은 과연 알맞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기업들은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해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마케팅이 아니라, 가성비 제품을 지속 출시해 전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한다. 가성비에 맞춘 '보급형'이 아닌,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 시키는 '맞춤형' 제품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의견이다.

 

생각해보라. 악화된 경기, 높은 집값에 힘들어하는 소비자들. 도대체 좁은 집에 커다란 TV가 무슨 의미란 말인가. TV는 더 이상 예전만큼의 가치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TV가 '바보상자'의 역할마저 잃어버린 부의 상징이나 장식품이 되지 않도록 프리미엄의 고착화가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바라본 TV의 프리미엄화는 그저 '일부'의 공략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업계는 또 다른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최근 한 가전업체 고위 관계자는 프리미엄 TV 관련된 행사에서 "TV의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면서 소비자 선택폭 확대를 위해 가성비 좋은 중저가 제품 라인업도 재정비하겠다"는 엉거주춤한 입장을 보였다.

 

프리미엄과 가성비는 극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프리미엄과 가성비의 간극을 채우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가져가야 할 끝없는 과제지만 양립하기엔 쉽지 않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허지현 기자 aou0754@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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