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 ‘양인지검(兩刃之劍)’ 의미 되새겨야

등록 2024.04.02 09:36:10 수정 2024.04.02 09:47:58

[FETV=박지수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인생의 낭비란 말이 있다. 기자 본인 역시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SNS에 일상을 공유한다.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던 2000년대 중·후반 시절 당시 기자는 도토리를 구매해 미니홈피를 화려하게 꾸미며 열심히 활동했다. 2010년도 초반 페이스북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지인과 다툰 뒤 감수성이 풍부해진 상태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망신을 톡톡히 당한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기자는 동성인 지인과 다소 격한 입씨름을 했고, 글의 내용은 의미심장했다.  

 

이 글은 다음날 친구들 사이에서 기자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며 내용이 왜곡된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때 당시 기자에겐 남자친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사실인 양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너무 창피해 글을 올린 지 하루도 안 돼 게시글을 지웠지만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당시의 일은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요즘도 잠자리에 들기전 그 일을 생각하면 이불을 발로 차며 후회하곤 한다. 당시 한 친구가 기자에게 해준 말이 있다. 바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말이었다.

 

이처럼 반갑지 않은 일을 겸험한 기자 시각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SNS를 바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용진이 형’이라 불리는 정 회장은 SNS에서 스스로를 ‘형’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댓글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한다. 정 회장은 국내 재계 순위 11위의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조타수이자 84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는 스타급 ‘인플루언서’다. 정 회장의 SNS는 작은 소동(?)으로 끝났던 기자의 페이스북과는 차원이 다르다.

 

철저하게 일상을 숨기는 다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정 회장은 SNS를 통해 먹는 것과 취미생활 등을 찍어 올리며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이에 대중들은 ‘친근하다’, ‘소탈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어떤 때엔 매출 증대 효과도 있었다. 실제로 정 회장이 맛있다며 추천한 제품들이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득이 있으면 실도 있는 법.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한다는 뜻)’이다. 멸공 발언 이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신세계그룹 계열사 불매 운동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정 회장의 SNS 활동이 '오너 리스크'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룹 내 ‘자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 회장은 결국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개인 공간일 뿐’이라며 SNS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정 회장의 SNS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 회장이 지난 2월8일 회장으로 승진한 뒤 SNS 게시글이 멈춘 것이다. 최근에는 SNS 게시판에 올려진 글을 대거 정리했고, 댓글창을 닫아 버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엄마(이명희 총괄회장)한테 혼났다’, ‘과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정 회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양인지검’이다. 양인지검이란 좌우 양쪽에 날이 있어 양쪽을 다 쓸 수 있는 칼로 쓰기에 따라 이롭게도 되고 해롭게도 됨을 뜻한다.

 

2010년대 초반의 기자처럼 정 회장도 굳이 SNS에 글을 올려 스스로를 논란의 중심에 몰아 넣는 과오를 자초하는 셈이다. 스스로 글을 쓰지 않았다면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SNS 게시글은 일반인 조차 이런 저런 해석이 뒤따르는데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 정 회장의 경우는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모두 기사가 되고 여론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세계그룹에 입사한 지 28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회장. 정 회장은 재계 11위 기업의 총수인 만큼 더이상 SNS로 구설수에 오르기보다는 책임감 있는 경영자로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  



박지수 기자 kjh_562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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