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금융인] 비트코인 신봉자로 돌아선 블랙록 CEO 래리 핑크

등록 2024.03.15 10:26:39 수정 2024.03.15 10:43:03

'코인, 돈 세탁 지표' 폄하하다 '기술혁명' 찬양론자로 변신
라이벌 뱅가드 코인 ETF 거부와 대조...'자산의 토큰화' 준비


[FETV=심준보 기자] 최근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다.

 

핑크 CEO는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2020년에는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실적에 따라 기업 투자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하자 ESG 경영이 글로벌 화두가 되기도 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블랙록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지난해 말 기준 10조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ETF(상장지수펀드) 브랜드인 iShares 역시 미국 1위 브랜드로 꼽힌다. 


최근 비트코인의 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핑크의 달라진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본래 비트코인에 대해 완전히 부정적 입장이었다. 지난 2017년 가상자산 호황기가 찾아왔을 때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 자금 세탁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줄 뿐”이라고 폄하했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블랙록이 가상자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니 2022년 실적발표에서는 "회사가 암호화폐 부문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해 미국 기관 고객을 위한 최초의 현물 비트코인 상품인 프라이빗 트러스트를 조용히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트코인의 올해 최대 화두는 ETF 승인 여부와 반감기(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 돌입이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ETF 판결 전까지는 상승세를 이어오다 정작 승인 판결이 난 11일 이후에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런데 그가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평가를 내놓자 비트코인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 1월 12일 달러 기준 약 4만5000달러에서 7% 넘게 하락했으나 이후 하락폭을 줄여 현재 7만2000달러 부근에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가상자산이란 신생 위험 자산군이 ETF란 안전한 방식으로 노출됐다”며 “(이번 승인은) 금융시장에서 기술혁명의 첫 번째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다음 단계에는 모든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바꿨다.

 

핑크 CEO의 이러한 입장은 블랙록의 라이벌 격인 뱅가드 자산운용의 입장과 비교된다. ETF 운용자산(AUM) 규모에서 블랙록과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뱅가드는 현재까지도 자체 플랫폼을 통해 현물 비트코인 ETF를 만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에 대해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깝다”며 암호화폐 관련 상품을 제공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핑크 CEO는 벌써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금 ETF에서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은 20년 전 최초로 금 ETF를 출시한 AUM 3위 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보다 단 2개월 늦게 출시했지만 운용자산 규모는 현재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저렴하게 책정했지만 소용없었다. 블랙록은 현재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자산 2위인 이더리움 ETF를 출시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오는 5월이면 규제당국의 승인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핑크 CEO는 암호화폐 뿐만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전반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시장의 미래는 자산 토큰화"라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비트코인 ETF 역시 비단 ETF 거래를 통한 수수료 수익뿐만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큰 증권(STO)’과 ‘자산의 토큰화’ 시대에 발맞춘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래리 핑크가 업계 1위 수성과 선도자의 지위를 동시에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준보 기자 junboshim13@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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