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당합병' 1심 선고 시나리오는?

등록 2024.02.05 09:32:13 수정 2024.02.05 10:35:57

변경된 선고기일...일각에서는 '사법 리스크' 장기화 우려도
재계, "결과가 어떻든 불복 가능성↑...경영에도 큰 영향 있을 것"

[FETV=허지현 기자] '운명의 날'이 밝았다. 5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사건 1심 선고 날이다. 이번 1심 선고는 지난 2020년 9월에 재판으로 사건이 넘겨진 지 3년 5개월 만이다. 재계에선 이번 재판으로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판 선고 여부와 상관없이 '사법 리스크'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에는 삼성 측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엔 검찰이 이에 불복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한 재계에서는 더 이상 기업인이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 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초에 제기된 의혹들 모두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정치적인 사건이라는 이유에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당초 지난달 26일로 잡혔던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을 열흘 뒤인 5일 오후 2시로 연기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이 회장을 포함한 총 14명의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1심 선고에 관해 재판부는 더욱 공고한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 관련 수사기록만 무려 19만쪽에 달할 만큼 사안이 워낙 중대하고, 내용이 복잡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은 경영권 승계를 이유로 9년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등을 위반해 회계부정·부정거래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후 이 회장은 일주일에 한번씩 법원에 출석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법원에 출석하는 등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행보로 경영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됏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경영공백과 기업이미지 하락 등 글로벌 리스크를 감수하는 등 경쟁력 위축이 불가피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이후 수년째 사법 리스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영 활동 제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에 불어 닥친 위기론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1심 선고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이재용 회장 측의 주장은 계속해서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 과정에서 4조5000억 원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부채로 잡으면서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는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의 핵심 참모조직인 미래전략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합병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합병 비율은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산정됐고, 삼성물산 주주총회 표결 결과 전체 주주의 69.53% 찬성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이 가결됐다는 사실에 근거했다는 주장이다.

 

회계 문제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와 삼성물산 합병 이슈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의견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7월에 이루어졌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그 이듬해인 2016년에 이뤄졌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당시 이 회장은 "합병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무죄를 호소한 바 있다.

 

이 회장 측은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해 경영권 승계라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불법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법령 위반 또는 배임·횡령 등으로 인한 계열사 피해가 없다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일지라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게 이 회장 측 주장이다.

 

5일에 열리는 1심 선고 재판에서 재판부가 무죄판결을 내릴 경우 이 회장은 이전보다 보다 적극적인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재판부가 설령 이 회장 측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검찰에서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길게 3~4년 소요되는 등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재계 내에선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잔존해 자칫 삼성그룹의 경영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성장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그룹 총수의 부재는 엄청나게 큰 리스크일 수 밖에 없다"며 "총수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인 만큼 기업에서도 결과를 숨죽이고 기다리는 입장이다"라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달했다.

 

5일 '운명의 날'이다. 재판부는 이날 이 회장에 대해 1심 판결을 내린다. 이 회장이 실형을 살게 될지, 벌금형을 받게 될지, 집행유예로 끝날지는 1심 재판부의 손에 달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이뤄지는 재판과 판결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있는 그대로 판결해 국가 경제와 기업이 활력, 민생경제까지 살아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지현 기자 aou0754@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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