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지 기자] "위메프에서 LG TV를 12만원대로 홍보해서 구매했다. 알고보니 LG는 커녕 패널조차 중국 회사 것이고 다른 사이트에서도 12만원대에 팔고 있었다. 소비자 우롱도 아니고 다른 상품 구매도 포기하고 기다렸는데 이게 뭔가요?"
위메프 ‘블랙1111데이’에 TV를 구매한 소비자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 업체들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해 1일부터 11일까지 특가 할인행사를 시행했다.
절대강자가 없는 이커머스 업계는 ‘역대 최대’ 할인을 강조하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짧은 기간동안 거래액과 매출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미끼 상품’, ‘과장광고’로 소비자들 불만도 덩달아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국내 이커머스 대대적인 할인행사는 일단 통했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조5516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11월과 비교해 상승폭이 무려 21.7%에 달한다. 내수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엄청난 선방이다.
전통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2017년 12월(7조 5311억 원)과 비교해도 0.7%포인트 높다. 또 파격적인 할인과 물량 공세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해 큰 광고효과도 맛봤다. 이처럼 이커머스는 소비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만큼 소비자도 쇼핑의 즐거움을 누려야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것 같다. 이커머스를 통한 소비자의 경험은 불만이 팽배하다. 굳이 ‘미끼상품’, ‘과장광고’ 등 부정적인 단어를 끄집어내지 않아도 소비자가 느끼는 불쾌함은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일부 이커머스의 블랙프라이데이 판촉행사에 소비자의 비난이 부쩍 많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위메프는 '블랙1111데이'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4일 자정 'LG 32인치 LED HDTV'를 12만1111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LG가 아닌 '장은테크'라는 중소기업 제품이었다. 상품 소개 이미지에는 'LG정품패널'이라 명시되어 있지만, 상세설명으로 가면 'HKC 정품패널'이라 적어놨다.
지난달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9만9000원에 판매한다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상품판매 시간이 20분이 지났음에도 서버장애로 접속조차 하지 못했다. 결제 단계에서 상품 품절에 따른 구매 취소로 부실한 사이트 사전 준비에 많은 소비자의 분노를 샀다.
티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티몬 역시 1일 3시간 동안 'LG전자 울트라 PC 14U380-EU1TK' 한정수량을 9만9000원에 판매하는 등 '타임어택' 행사를 진행했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티몬의 할인행사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노트북 판매수량이 10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끼 상품' 논란이 일었다.
이커머스 업체간 과장광고를 앞세운 영업경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는 광고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 정확한 판매수량, 제품 정보, 대규모 소비자들 접속을 예상한 서버 관리를 하지 않은 ‘사전 준비’가 문제인 것이다. 준비도 갖추지 않은 상태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행위는 결국 이익만 챙기는 얄팍한 상술이 아닐 수 없다.
과도한 마케팅은 단기적으로 매출과 광고 효과를 끌어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우롱하는 부당하고 과장된 광고문구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머지 않아 해당 업체로 부메랑되기 마련이다. 올해와 같은 할인행사가 지속된다면 이커머스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행사로 전락될 게 뻔하다.
소비자 우롱하고 불신을 키우는 이커머스의 블랙프라이데이 상술은 분명 사라져야한다. "이윤을 남기지 말고 사람을 남겨야한다"는 개성상인의 경영철학을 되새겨봐야할 때다. 한번 흘린 물은 온전히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