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허지현 기자] 반도체 산업에서 치열한 생존 싸움이 이뤄지며 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스마트폰, PC, 가전 등 다양한 산업들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고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일찍이 접한 기업들은 미소를 지는 등 정반대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크게 나빠진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상황은 1년이 지난 올해 하반기까지도 예상했던 기대 만큼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나빠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회복되리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회복되지 않았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성과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 중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OPI 예상 지급률은 0%인 것으로 조사됐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차례 지급하는 것으로, 목표달성장려금(TAI)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2023년 초에 OPI로 연봉의 50%를 받는 등 그간 거의 매년 연초에 연봉의 50% 가량을 성과급으로 챙겨왔다. 허나 올해 역대급 한파로 내년 1월에는 빈 봉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산업이 직격타를 맞은 탓에 올해 1~3분기 삼성전자 DS 부문의 누적 적자는 12조원이 넘는다.
SK하이닉스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큰 이슈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SK하이닉스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는 점이다. 물론 SK하이닉스 호실적의 일등공신은 AI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발(發)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를 타고 3분기 D램 점유율이 35%까지 올라왔다.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껑충 늘어 사업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 규제로부터 또 한 번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자업계 한 연구원은 "미 상무부가 내년 1월부터 100여 개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산 범용 반도체 사용 의존도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미국 상무부가 내년에 중국 범용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하면 SK하이닉스 등 재고 소진에 상당한 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산업을 이끌 막강한 키워드로는 'AI'가 막강하게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래 산업의 주축으로 각광받는 '온디바이스 AI'의 등장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 개인용 전자기기에서 반도체 기술과의 융합해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들은 반도체 기술과 AI의 결합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선보일 '갤럭시 S24'에 '온디바이스 AI'를 접목해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서 자체 개발한 생성 AI '가우스'를 갤럭시 제품에 탑재해 사용자들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I 기능 탑재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PC, 가전, 자동차, 보안, 헬스케어 등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며 온디바이스 AI가 팽창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 같은 성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와 더불어 AI 칩 관련 팹리스 및 디자인하우스 업체들의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