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7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지난 몇 년간 건전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친 점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올 3분기 말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7.12%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3.68%보다 3.44%포인트(p) 급등한 수치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7%를 넘었던 것은 지난 2016년 3분기 말(7.27%)이후 7년 만이다.
은행별로는 페퍼저축은행의 증가세가 가장 컸다. 지난해 3.30%이던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해 3분기 말 10.13%를 기록, 1년 만에 6.83%p 치솟았다.
SBI저축은행의 3분기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68%로 1년 전(2.32%)과 비교해 3.36%p 증가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4.97%로 전년(2.38%) 대비 2.38%p, 웰컴저축은행도 7.54%로 전년(5.1%) 대비 2.44%p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7.98%에서 7.11%로 1년 새 0.87%p 개선됐다.
![[자료 각 사 경영공시]](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49/art_17019087169575_28e81e.png)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하는데, 총 여신 중 고정,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을 합한 것으로 총여신 대비 그 비율이 낮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는 고금리의 영향으로 중·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부동산·건설업 등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점이 지표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축은행 특성상 대기업이 아닌 서민과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이 집중된 만큼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5대 저축은행들의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었고, 특히 중소기업에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저축은행의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 연체비율은 3분기 말 7.02%로 1년 전(5.98%)과 비교해 1.04% 증가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은 6.92%로 전년(2.4%)보다 4.52%p 상승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 금리도 급격하게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권 전반적으로 연체율이 상승한다”며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취약차주들이 더 많다 보니 훨씬 더 두드러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7년 전에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7%를 넘긴 했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당시 5대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6년 3분기 말 평균 7.276%를 기록했지만, 일부 저축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았던 영향이다. 당시 은행별로 보면 SBI저축은행(12.55%), 웰컴저축은행(9.83%), OK저축은행(8.34%), 한국투자저축은행(3.01%), 페퍼저축은행(2.65%)다.
당시 높았던 이유는 부실 저축은행들의 인수합병(M&A) 영향이 컸다. SBI저축은행은 2013년 현대스위스 저축은행을, 웰컴저축은행은 2014년 예신·해솔·서일저축은행을, OK저축은행은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 등의 자산과 부채를 함께 인수했다.
한편 저축은행들은 부실채권 공동 매각 작업에 돌입하는 등 리스크관리에 집중하며 자산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12개 저축은행은 1000억원 규모의 개인무담보 부실채권을 이달 중 우리금융F&I에 매각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캠코에 한정돼있던 개인무담보 부실채권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마련한 만큼 지속적인 공동매각으로 업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