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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임종현 기자] 올 한해 금융권은 크고 작은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만이 조용한 연말을 맞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역설적으로 저축은행업계에겐 ‘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손실 발생의 기준점이 되는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ELS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주로 판매됐다.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4조7726억원),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ELS 상품은 홍콩H지수가 특정 구간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해당 상품 가입 시점인 2021년 1만2000대였던 홍콩H지수는 최근 500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홍콩H지수가 내년 만기까지 상환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 계약에 따라 투자자는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 상품을 대거 판매한 은행이 고객들에게 ‘충분한 위험을 고지했느냐’와 관련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쟁점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달 20일부터 홍콩H지수 ELS을 최근 수년간 팔아온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홍콩 ELS 문제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파생상품을 판매하거나 중개하지 못한다. 즉, 고객들에게 파생상품 등을 판매하지 못하니 문제가 생길수도 없다. 이에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졌을 때도 저축은행만은 조용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저축은행들이 법적으로 파생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상호저축은행법상 11조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저축은행은 투자중개업, 투자매매업 및 신탁업을 허용하고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장 과열의 우려로 저축은행에게 업무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또한 저축은행 고객 특성상 고령자, 금융취약계층 등이 많은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ELS와 같은 파생상품은 투자 상품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기업, 금융, 주식 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들은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결과적으로만 보면 오히려 약이 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저축은행들은 본연 업무 외에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법률상 허용된 수신 및 여신 등의 예대업무를 수행하며, 내국환 업무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부대업무 등 또한 수행하고 있다. 서민금융의 안정 및 금융사고 방지 등을 위해 법률에 따라 취급이 가능한 업무만을 수행해야 하는 포지티브 규제(허용사항 외 나머지를 금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 사태 이후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과 건전성, 자기자본 등은 말도 안되게 개선됐지만, 아직도 10년 전과 같은 규제를 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